(아주경제 이재호 이성우 기자)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냈던 한국 경제가 올 들어 반전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국내 경기가 1분기 중 바닥을 다진 후 2분기부터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금융시장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안전자산 대신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면서 시중금리가 오름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은행과 보험 등 금융권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연초 발표된 경제 지표에 설 연휴 등 계절적 요인이 반영돼 있는 데다 유로존 재정위기 등 대외적 악재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 국내 경기 1분기 저점?
당초 정부는 올해 국내 경기가 ‘상저하고(上底下高)’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연초에 발표된 지표들은 이 같은 전망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흐름을 나타내는 광공업생산은 전년 동기보다 2.0% 감소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3.3%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 연속 이어진 감소세가 끝난 것이다.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16.1% 증가했으며, 전년 동월 대비로도 7.8% 늘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12월보다 3.6%포인트 상승한 80.9%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1분기 바닥을 다진 경기가 2분기부터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좀 더 추세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1분기 저점을 다지고 반등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에 대해서도 “1월에 3% 초반대로 안정되는 상황이고 이달 중 보육료 지원, 대학등록금 인하 등의 정책효과가 반영되면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시중금리 상승… 금융권 수익성 개선 기대
금융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줄어들고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국고채 수익률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은행과 보험 등 금융권의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초 3.8%대에 머물던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이달 들어 4%대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경기 회복에 따른 국채 금리 상승도 국내 시중금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경제가 회생하면 글로벌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미국과 한국 국채 금리가 동반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시중금리 상승은 은행 순이자마진(NIM)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대출금리가 올라 대출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지만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 연구원은 “그동안 저금리로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겪었던 보험업계도 수익성 개선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증시도 들썩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1분기 부진을 털고 2분기부터 턴어라운드 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주가가 박스권을 뚫고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는 국내 유가증권 상장사들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0% 줄어들겠지만 2분기에는 감소폭이 3.2%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샴페인 터뜨릴 때 아니다” 우려도
그러나 한국 경제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선 지난 1~2월 발표된 경제지표들에 통계의 함정이 숨어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설 연휴가 2월이었지만 올해는 1월이었기 때문에 조업일수나 제조 및 소비 성향 등에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재완 장관도 “1월 산업동향 지표와 2월 무역수지가 시장의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온 것은 설 연휴가 지난해 2월에서 올해 1월로 이동된 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미국 경제는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유로존 재정위기가 여전하다는 건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고유가라는 복병까지 등장하면서 대외적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 21일 ‘민관합동 경제금융점검 간담회’에 참석한 글로벌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세계 경기 회복 추세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국내에서도 물가 안정 기조가 흐트러지고 내수 침체가 진행될 우려가 생겼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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