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조용성 특파원) BBK 김경준 ‘기획입국설’의 빌미가 됐던 가짜편지를 작성했던 신명씨(51)가 홍준표 새누리당 의원측으로부터 사과의 뜻을 전해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미국 텍사스에 머물고 있다가 검찰조사를 받기위해 한국에 입국하는 길에 잠시 베이징을 들른 신명씨는 27일 특파원들과의 기자회견에서 "(BBK 기획입국 사건과 관련해)지난해 7월 홍준표 의원실의 나경범 수석보좌관이 홍의원을 대신해 사과를 하면 받아들이겠냐며 지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의사타진을 해왔다"고 말했다.
신명씨는 "홍준표 의원의 직접적인 사과면 모르겠지만 일면식도 없는 나경범 보좌관의 사과는 결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며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해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었다"고 소개했다.
이에 앞서 홍준표 의원 측은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검에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가짜편지’를 쓴 신명씨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고발했다. 신씨가 지난달 20일 미국에서 한 언론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당시 가짜 편지를 김경준 기획 입국의 증거라며 언론에 공개했던 홍준표 전 대표가 편지의 입수 경위를 털어놓아야 한다”며 “검찰이 홍 전 대표를 상대로 그때 공개한 편지 출처 등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한 대응이었다.
신명씨는 "경희대 치대를 다닐 때 등록금을 대준 은인 양 모 씨의 부탁으로 2007년 가짜 편지를 쓰게 됐다"며 "양씨로부터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이 사건을 배후에서 핸들링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양 씨가 이명박 대통령의 손윗 동서 신기옥 씨와 수시로 통화하며 수감된 자신의 형을 '원상복귀'시켜주겠다고 말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7년 대선당시 가짜편지를 양씨에게 전달했지만, 이후 양씨가 가짜편지를 누구에게 주었고, 어떤 경로를 통해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게 갔는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당시 양씨가 대필을 부탁했던 편지원본을 누가 작성했는지에 대해서도 대답하지 않았다. BBK 기획입국 사건이 당시 한나라당이 기획해놓고 민주당에게 뒤짚어 씌운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내가 직접 목격하지 않은 사실은 말하지 않겠다"며 "향후 법원이 판가름할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홍의원이 나를 고소한 것은 나에게 모든걸 뒤짚어씌우려는 의도"라며 "홍준표 의원이 편지입수 경위를 밝히면 해결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신씨는 "다음달 5일에 서울에서 이와 관련한 기자 회견을 열고 세가지 새로운 사실을 말하겠다"고 예고했다.
BBK 가짜편지 논란은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이 BBK의 실소유자가 이명박 당시 대통령 선거 후보라고 주장한 김경준씨가 국내로 들어오자 이를 두고 ‘기획입국설’을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을 맡고 있던 홍준표 의원은 기획 입국 의혹의 증거라며 김씨와 함께 미국에서 수감생활을 신경화씨(53, 신명씨의 형)가 미국에 있던 김경준씨에게 보냈던 것이라며 편지를 언론에 공개했었다.
이 편지에는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란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때 ‘큰집’이 청와대로 해석되면서 김씨가 당시 여권에서 모종의 대가를 약속받고 입국했을 것이라는 기획입국설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후 이 편지의 실제 작성자가 신경화씨가 아닌 동생 신명씨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벌어졌고 신명씨는 “당시 형이 보냈다는 편지는 사실은 지인 양모씨의 지시를 받고 내(신명)가 작성했다”며 대통령 측근과 여권 핵심인사가 연루돼 있다고 주장했다.
김경준씨는 지난해 12월 가짜편지 작성자인 신씨 형제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으며,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중희 부장검사)는 신명씨에게 가능한 이른 시일 내 검찰에 출석하라고 통보한 상태다.
한편 홍 전 대표 측 나 보좌관은 "지인을 통해 신 씨에게 사과의사를 전한 적도 없고 그를 한번도 본 적이 없다"며 "신씨의 일방적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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