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고공행진으로 운수업계 손실이 커지면서 화물차들이 운행을 중지한채 대형 주차장에 모여있다. |
(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요즘 화물차 운전한다고 하면 미친사람 취급을 받습니다"
연일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름값에 화물 차량 운전자들의 주름살이 깊게 패이고 있다. 일을 할수록 손해가 커지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우리나라 경제의 손발이 되어준 운수업계가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다.
8일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 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0.25원 오른 1947원으로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며 리터당 20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연초 경유가 최저치인 지난 1월21일 1818.39원보다 2달 반만에 129원이나 껑충 뛴 셈이다.
전국 평균 경유가도 전날보다 0.72원 오른 1865.26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어 사상 초유의 전국 경유가 2000원대 진입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차이는 최근 2년 만에 15%에서 8%까지 줄어들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유 의존도가 높은 운수업종에게는 직격탄이다.
최근 가장 많이 운행되는 화물차량은 5t차량과 25t 트레일러. 이 가운데 25t 트레일러를 기준으로 서울~부산을 왕복할 경우 운임은 85만원선이다. 하지만 기름값과 고속도로 통행료 등을 제외하고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20만원 안팎이다.
서울~부산을 왕복할 경우 평균 45만원가량의 유류비가 소요되며 여기에 고속도로 통행료와 식비 등의 기타 비용이 10만원가량 든다. 또 지입비와 보험료 등 10만원 상당을 더한다면 이익은 더 떨어진다.
여기에 차량 할부금과 유지비를 더하면 실제로는 마이너스다.
화물차 운전자들은 한달 평균 10회 가량 서울~부산을 왕복 운행하는데 한 달 꼬박 일을 해도 200만원이 채 안 되는 수입에서 생활비와 차량 수리비 등을 충당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운송비를 갑자기 인상하기도 쉽지 않다. 계약 기준가격이 없는 데다 다단계 영업으로 출혈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화물차 운전자들은 기름값에 부과되는 세금이라도 줄여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수익 악화의 근본 원인은 기름값에 부과되는 세금"이라며 "기름값이 전체 비용의 40%가 돼야 손익분기점인데, 지금은 60% 이상을 차지하면서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5t 화물차를 10년째 운행한 정기화물 지입 차주 최모씨(44)는 "오랫동안 화물차 운전을 했던 상당수가 이미 운행을 포기했거나 전직을 고려하고 있다"면서"새로 화물차량을 운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절대 권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배달로 먹고 사는 택배업계도 채산성이 크게 악화돼 시름에 빠졌다.
특히 하도급업 자격인 지입 차주나 퀵서비스 업자의 경우, 유류비 증가를 회사에서 보전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힘들다.
게다가 옥션, G마켓, 11번가 등 대형 온라인 쇼핑몰 화주들의 요금인하 요구가 거세 수익보전은 꿈도 못꾸고 있다.
경기도 일산에서 택배업을 하는 박모씨(42)는 "지난해만 해도 한달에 50만원 정도이던 유류비용이 30% 이상 늘었다"면서 "하루 12시간 이상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은 한달에 200만원 남짓인데 기름값, 휴대전화비, 주차비 등을 제외하면 용돈 쓰기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최근 LPG(액화석유가스) 가격 폭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택시업계도 시행최고가격제(가격고시제)을 요구하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택시업계는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세종로 일대에서 저속준법운행을 하며 가격 결정 투명화, 유통구조 개선 등 LPG 가격 폭등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공세 수위를 높히고 있다.
택시조합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LPG 가격을 올리며 지급한 유가보조금 220원이 20년째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가격인하 대책 마련과 함께 유가보조금도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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