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그대로지만 각각 프랑스ㆍ일본의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와 인도 마힌드라를 모회사로 둔 르노삼성과 쌍용차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순수한 한국 브랜드는 이제 현대차와 기아차만 남은 셈이다.
이들은 엄밀히 말하면 해외 브랜드지만 국산 제품이다. 한국GM의 경우 인천 부평과 군산, 창원 공장에서 한국 근로자가 생산한다. 르노삼성은 부산, 쌍용차는 평택서 생산된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들에 있어 이 같은 구분은 크게 의미가 없어졌다.
업종을 막론하고 새 신제품들의 국산과 수입산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이 추세는 2000년대 들어 차츰 시작됐으나 최근 1~2년 새 더욱 빨라지는 추세다.
이를 이끈 건 단연 아이폰이다. KT가 2009년 애플 아이폰3를 출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건 ‘국산은 곧 애국’이라는 등식을 사라지게 한 결정타를 날렸다.
애플은 국내 휴대폰 제조사와 통신사 모두에 부담이었다. 국내 휴대폰 제조사는 이제 막 스마트폰을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국내 통신사는 과점적 통신체계 속에서 인터넷 통신료로 적잖은 수익을 챙기던 때였다. 아이폰은 이 같은 이유로 글로벌 출시, 2년 후에서야 ‘IT강국’ 한국에서 빛을 볼 수 있었다.
일부 대기업들이 독식하고 있는 내수 시장의 독과점 체계 속에서 해외와 동등한 소비자의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는 불만이 아이폰을 통해 폭발한 것이다. 자동차 소비자들이 꾸준히 내수와 수출의 옵션과 가격 차를 문제삼는 것, 유통 소비자들이 역시 국내외 가격차에 대해 민감해진 것 역시 비슷한 시기다.
이와 동시에 ‘수입은 곧 프리미엄’이란 공식 또한 사라지고 있다. 한국 브랜드가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 대등하게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소비자 인식은 그렇다. 이들이 ‘일제’ 혹은 ‘미제’를 고급 제품이라고 생각해 ‘국산’보다 비싼 걸 당연히 여겼던 것 역시 20년 전 얘기가 됐다.
1~4차 협력사로까지 이어지는 제조업 생태계 역시 국산과 수입 브랜드를 모호하게 하는 요인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전 세계를 강타하는 애플 열풍은 삼성전자에게 호재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제조사일 뿐 아니라 반도체ㆍ디스플레이ㆍ배터리 등 다양한 전자 부품 생산기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IHS) 조사 결과 뉴 아이패드(729달러)의 총 제조비용(375.1달러) 중 삼성전자가 납품하는 부품 비중은 39.4%, 배터리를 포함하면 5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뉴 아이패드가 1대 판매될 때마다 삼성전자는 그 15.1%에 달하는 110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이는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거의 99%까지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다른 기업의 경우 여전히 상당 부분을 해외 기술에 의존한다.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 여파가 일부나마 국내 자동차 생산 차질로까지 이어진 건 일본 자동차 부품의 수급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역으로 수입차의 경우도 국산 부품 및 타이어의 탑재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기업간 합종연횡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국내 제조기업 산하 연구기관의 한 연구원는 “이미 국산-수입으로 브랜드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이 같은 구분보다는 얼마나 해당 국가의 산업 및 사회에 공헌하는지, 얼마나 소비자에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지가 더 중요하게 됐다”며 “요컨대 국내 브랜드라고 안주하고 있다면 소비자에 외면받는 건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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