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몰리면서 발생하는 피해가 도를 넘어섰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민생 안정 행보를 가시화하려는 정치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법 사금융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벌어질 경우 대부업체들이 음지로 숨어들면서 서민들의 자금난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서민 등치는 불법 사금융
최근 사채를 갚지 못해 강제로 유흥업소에 취직한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불행한 아버지의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진 바 있다.
이는 불법 사금융의 폐단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다.
대부업체의 비상식적인 고금리와 악랄한 채권추심 행위가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층을 낭떠러지로 내몰고 있다.
불법 사금융 관련 피해는 해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설치된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에 접수된 사금융 관련 상담 건수는 2007년 3421건, 2008년 4075건, 2009년 6114건, 2010년 1만3528건, 2011년 2만5535건 등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4년 만에 무려 8배 가량 급증한 셈이다.
불법 사금융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극도로 얼어붙으면서 서민들의 생활고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청년실업 증가, 물가 불안, 가처분소득 감소 등은 모두 불법 사금융 확대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문제 해소를 위해 제도권 금융기관의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사금융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까지 나타나면서 피해를 키우고 있다.
2009년 130만명 수준이었던 대부업체 거래 고객은 지난해 상반기 말 247만명으로 2배 가량 불어났다. 같은 기간 대부업체 대출 잔액도 5조2000억원에서 8조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앤캐시 등 대형 대부업체 4곳이 부당 영업행위로 6개월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불법 사금융이 더욱 활개를 치고 있다.
서민들은 연 200%가 넘는 고금리에 이자도 제대로 갚지 못하고 있다. 이는 불법 추심으로 이어져 정상적인 생활마저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 칼 빼든 정부, 서민금융 지원에도 힘써야
정부는 17일 불법 사금융 척결 대책을 발표했다. 피해 일제 접수에 나서는 한편 대대적인 단속을 통해 불법 사금융을 일소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금감원과 경찰청 등은 총 1만1500명의 인력을 투입해 피해 접수와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신고 활성화를 위해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무료 법률 상담도 실시할 계획이다.
대부업체가 취한 부당 이익을 환수하고 불법 대부광고 및 보이스피싱 관련 제재를 강화하는 등의 보다 근본적인 대책도 포함됐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담화문을 통해 “불법 사금융은 우리 사회를 파괴하는 독버섯과 같은 존재”라며 “불법 사금융 근절을 서민생활 보호를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인식하고 이번 기회에 철저하게 뿌리를 뽑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조치가 사금융 시장의 음성화를 부추겨 서민들의 돈줄을 끊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최고 이자율을 39%로 제한하는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된 후 대부업계의 대출 승인율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며 “법을 지키면서 영업하는게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단속까지 강화될 경우 지하로 숨어드는 업체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이 사금융 업체들의 지갑을 닫게 해 결국 서민들이 피해를 입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서민들이 필요한 자금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기존 햇살론과 미소금융, 새희망홀씨대출 등 서민금융 지원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불법 사금융에 대한 단속이 서민들의 자금난 심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올해 총 3조원의 서민금융을 공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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