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에 또다시 엄습하는 '부도'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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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5-0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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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림산업 법정관리 신청..중견 업체 퇴출 위기설에 신음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 지난 1월 열린 한 중견 건설회사의 신년회장.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인 이 회사 A 회장은 신년사를 하던 도중 직원들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사업이 정상화되지 않아 고생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한때 워크아웃 조기졸업이 유력해 보였으나 지금은 퇴출위기설에 휩싸여 있다.

워크아웃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건설업체들이 부도 공포에 떨고 있다. 건설·부동산 경기의 장기 침체와 금융권의 '돈줄' 죄기로 경영난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어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순위 30위인 풍림산업은 지난달 30일 기업어음(CP) 450억원을 갚지 못해 1차 부도처리된 데 이어 2일 만기 도래한 437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됐다. 이 회사는 이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시공순위 35위인 동양건설산업이 법정관리 대상이 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시공순위 58위의 범양건영이, 같은 해 11월에는 40위 임광토건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같은 중견건설사의 위기에 대해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건설경기 침체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과 미분양 아파트 등 이미 벌여놓은 사업을 짊어지고 있는데, 신규 사업마저 신통치 않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준현 대한건설협회 건설환경실장은 "공공부문에서 물량이 줄고, 민간에서도 주택 분양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업체가 갈수록 늘고 있다"며 "도급사업 비중이 큰 100대 건설사의 경우 시행사의 부도 등에 따른 연대보증 부담도 만만찮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권이 대출 리스크 관리와 건전성 확보에 나서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건설사들의 목줄을 더욱 옥죄는 양상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인원 감축과 자산 매각 등 자구노력으로 인한 정상화는 한계에 도달했다"며 "금융권에서 신규 대출은 물론이고 대형 사업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도 꺼리면서 유동성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정책·기획실장은 "중견 주택업체들의 잇단 부도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의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이 절실하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입법절차가 아닌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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