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중인 박재완 기획재장부 장관 등이 3일 오전(현지시간) 다이아몬드 마닐라호텔에서 열린 ‘제12차 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 회의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후 샤오리안 중국인민은행부총재, 김중수 한국은행총재, 마사키 시라카와 일본중앙은행총재, 준 아즈미 일본재무장관, 박재완 재정부 장관, 리 용 중국재무차관. |
다만 상호 협력해 나가자는 원론적인 공감대만 형성했을 뿐, 구체적인 협력 방안 및 절차에 대한 ‘공’은 실무자 급으로 넘어갔다. 공을 넘겨받은 실무자들에겐 정보교환의 수준을 결정하는 숙제가 생긴 것이다.
◆ 한·중·일 국채 투자 프레임워크가 갖는 의미는
이날 한·중·일 외환당국은 외환보유액을 이용해 상호간에 국채에 투자할 때 투자 규모·목적·시기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키로 손을 잡았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3국의 국채 투자가 보다 질서있게 이뤄지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3국 간 국채 투자 프레임워크의 핵심은 정보 공유에 있다”며 “국채 투자와 회수 모두 급격하게 발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시장에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변수도 생겼다. 공을 넘겨받은 3국 실무자들이 향후 어떻게 머리를 맞대는가가 관건인 것이다.
매입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본과 중국, 한국 국채 매입은 원화의 변동성을 키우는 만큼 프레임워크의 내용물이 변수로 떠올랐다.
금융통화위원회의 역할도 커졌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불안 요인을 줄이기 위한 책임은 이미 지워진 상태”라며 “한국 국채 매입도 본격 논의 대상으로 오를 수 있는 만큼 금융위에서도 예측해야 할 시나리오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프레임워크 합의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석태 SC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벌써 12차 회의지만 원론적인 합의일 뿐 그 이상은 아니다”며 “실무자급 논의를 통해 구체화된다고 해서 얼마나 더 진행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합의 자체로만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 일본이 최대 변수?…시장 뒤흔들 만한 변화는 없을 듯
이번 한·중·일 재무장관회의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일본의 변화였다. 자국보다 낮은 신용등급을 가진 국가에는 좀처럼 투자를 하지 않았던 일본이 한국과 같은 신흥국에도 눈을 돌린 것이다.
일본은 민간은행들이 원화 국채에 투자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일본 정부가 직접 투자한 적은 없다. 일본 정부의 투자처는 주로 미국이나 호주였다.
그러나 유로지역 재정위기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해당 국가들의 국채 금리가 낮아지자 한국 국채도 고려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게다가 국내 경제성장률이 3% 중반으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마이너스 성장세를 이어가는 유로지역에 비하면 기초 여건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에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본이 진입함으로써 일본과 중국 양 국가가 국내 국채시장을 주무를 것이란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일본 정부가 먼저 국채 매입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시장을 뒤흔들 정도의 규모는 아니라는 것이다.
임 실장은 “투자를 다변화한다는 정도의 의미가 있을 뿐 처음부터 일본이 많이 살 이유는 없다”며 “규모는 국내 금융시장에는 영향이 없는 수준의 단기물로 투자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물론 나중에 총량은 늘어날 수 있지만 그 역시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오 수석이코노미스트 역시 “금리가 높은 쪽에 줄곧 투자를 해왔던 국가가 일본”이라며 “(한국) 국채를 매입한다고 해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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