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출범 직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153석을 가져가며 과반에 ‘턱걸이’ 했지만 그 해 공천에서 탈락했던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일괄 복당하면서 172석의 ‘공룡 여당’이 탄생했다.
그러나 같은 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사태로 이어진 촛불정국은 집권 정부와 여당에 커다란 타격을 주며 ‘공룡여당’이라는 힘의 불균형에 견제구를 던졌다.
이후 4년 간 18대 국회는 유례없는 파행과 ‘날치기’, 폭력사태 등을 거듭하며 오명의 국회로 기록됐다.
◆ “합의란 없다” 국회 파행의 기록
18대 국회는 첫 회기부터 여야 대치로 인해 개원을 하지 못하고 공전을 거듭하며 개원 후 89일이 지나서야 원구성에 합의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특히 매년 연말 국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 다음 해 예산안 처리는 18대 국회 임기 4년 내내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처리하며 단 한 번도 법정 기일(매년 12월2일) 내에 여야 합의 처리하지 못한 오점을 남겼다.
2008년 첫 해에 한미 자유무역헙정(FTA)의 비준동의안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예산안 처리에 발목을 잡힌 이후 4대강 사업에 대한 여야의 이견 조율 실패로 매년 예산 집행이 지연돼 ‘부실심사’와 ‘예산안 지연에 따른 현세 낭비’ 라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여야는 본회의장에서 단독 처리하려는 여당과 이를 막으려는 야당 사이에 몸싸움이 발생하며 매년 해외 언론에 우리 국회의 ‘볼썽사나운’ 모습이 알려지는 부끄러운 모습을 연출했다.
◆ ‘몸싸움 방지법’의 필요성 일깨운 18대 국회
18대 국회는 지난 2일 마지막 본회의를 통해 ‘몸싸움 방지법’을 통과시키며 “그나마 밥값 했다”는 평을 받았지만, 이 같은 법안의 필요성이 제기되도록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18대 국회의 첫해인 2008년엔 국회 외통위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하는 과정에서 전기톱과 해머가 등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외통위 소속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들이 단독처리를 위해 걸어잠근 상임위 문을 열기 위해서였다.
2009년에는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강기갑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이 ‘공중부양’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헌정 사상 최초 경찰이 국회 본청 앞 까지 진출하는 일도 있었다.
2010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는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과 민주당 강기정 의원의 주먹다짐이 벌어지는 일이 발생했고, 2011년에는 한미 FTA 비준 동의안 단독 처리에 반대한 김선동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투척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 법안 발의는 최고..반면 처리율은 최저
18대 국회에서는 역대 국회에서 가장 많은 1만4761개의 법안이 발의됐다.
이는 17대 8368개의 두 배에 가까운 숫자이고 16대 3177개와 비교하면 4배가 넘는 수치다.
그러나 그만큼 발의된 법안의 처리율이 가장 낮은 국회이기도 했다.
3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8대 국회에서 발의된 총 1만4761개 법안 가운데, 이번 본회의까지 처리된 법안은 8273개로 처리율은 56.0%에 그친다.
즉 6488개 법안이 그대로 폐기되면서 18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중 43.9%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셈이다.
이 중에는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사립대학 구조조정법과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중요한 민생법안들이 포함돼 있어 이들 모두 19대 국회를 통해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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