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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가 지난달 말 서울 역삼동 가연 본사에서 ‘이혼 위기의 부부 무료 컨설팅’ 강연을 하고 있다. 그는 부부갈등의 주된 이유로 ‘스스로 옳다고 믿는 고정관념’을 꼽았다. (가연 제공) |
‘가족사랑 전도사’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가 10여 쌍의 부부 앞에 섰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주최한 이혼 위기의 부부를 대상으로 한 무료 컨설팅 강연자로 이들의 심리상태를 분석하기 위해서다. 그는 “결혼은 행복해지려고도, 사랑해서도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살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행복이라는 개개인의 ‘선입견’이 오히려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 한 말이다.
그는 강연에 앞서 토끼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오리처럼 보이는 사진이 먼저 소개했다. 흔히 볼 수 있는 착시효과 그림이다. “(상담을 받으로 오는 부부들은) 나는 ‘오리’인데, 상대방은 ‘토끼’니까 ‘서로 이상하다. 다르다’라고 생각해요. 여기서 드러나는 이들의 심리는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믿음이 있으며 이게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살면서 점점 강해져요.”
그는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대부분의 부부는 자신이 믿고 있는 고정관념 때문이라고 했다. 서로 비슷해야 한다는, 서로 대화를 많이 해 한다는 등 그 어떤 믿음이든, 그 믿음이 강할 수록 ‘(상대방을) 갈수록 모르겠다, 답답하다’는 고민이 나오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연애할 땐 아무리 비슷하다고 생각해도 살면 살수록 다른 측면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된다. 서로 아주 잘 지낸다고 생각하다가 그렇지 않은 면을 발견할 땐 배신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이상적인 부부관계는 서로 공통점이 많은 것 보다 서로의 세상이 따로 있으면서 교집합이 많은 관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참석자들의 실제 고민을 담은 이야기를 ‘프로파일링’으로 분석, 간단한 해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한 쪽이 손해를 보면서도 계속 살아온 부부, 돈을 벌어오고 가정을 꾸리는 서로의 역할엔 충실하지만 뭔가 부족한 부부, 제각기 다른 상대방과의 갈등·사회적 체면 등의 문제에 대해 어떤 해법을 제시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역할’을 자임했다.
“심리학자는 이들의 마음을 탐색하고 ‘차이’를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사람의 능력을 이해할 능력이 있으나 살아가면서 잃게 되요. 마음을 안 보고 물질적인 걸 보도록 사회에서 훈련받기 때문이죠. 그걸 도와주는 역할이 우리가 하는 일이죠.”
그는 이 때문에 심리학적인 면에서도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는데, 몸이 아픈 것보다 더 큰 문제일 수 있는 정신적인 고통에 대해서는 방치하는 게 보통이에요. 초기 암을 방치하면 ‘말기 암’이 되듯, 미리 치료받지 않으면 되돌이킬 수 없어요.”
황상민 교수는 하버드대학교 대학원 심리학과 박사과정을 마쳤으며, 현재 한국가족학회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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