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빠진 예금의 대부분이 은행권과 상호금융 등으로 몰린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올해도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주말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솔로몬과 한국, 미래, 한주저축은행 등 4곳의 저축은행 예금액은 약 8조원에 육박한다.
구조조정 명단이 발표되기 전인 4일, 퇴출대상 저축은행 4곳에서 인출된 예금은 하루에만 2500억원에 달했다. 발표 이후 솔로몬과 한국저축은행 계열사의 뱅크런(예금 대량인출)이 우려됐으나, 현재 인출 규모는 발표 이전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두 차례 구조조정을 거친 학습효과 덕분이다.
한국은행 통계를 살펴보면, 최근 예금은행의 예금금리는 하락세를 잇고 있어 예금을 맡길만한 혜택은 찾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 3월 현재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 수신금리는 연 3.72%로 전월보다 0.01%포인트 하락했으며, 이 기간 잔액기준 총수신금리 역시 연 3.05%로 전월대비 0.01%포인트 내렸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경기 불황 등이 맞물리면서 예금은행 수신고 증가세 역시 올 들어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11월 1194조원에서 12월말 1188조2000억원으로 줄어든 예금은행 총수신(말잔)은 올해 1월 1180조8000억원으로 또다시 감소했다. 그러다 2월 1190조원2000억원으로 늘어난 바 있다.
하지만 전년 동기대비 증가율로 보면 12월말 5.6%에서 1월 4.9%, 2월 4.4%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는 양상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더 이상 저축은행을 믿지 못하는 예금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예금은행과 이외의 제2금융으로 예금을 옮길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권 수신고는 단기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동부증권의 노상원 연구원은 “과거 저축은행 구조조정 당시 인출된 예금의 상당 부분이 우량 저축은행과 은행권으로 유입됐다”면서 “이러한 은행의 수신 증가는 채권 매수로 이어져 은행의 채권 잔고는 3개월만에 약 10조원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게 노 연구원의 전망이다. 그는 "정부의 대출 규제가 지속되고 있어 은행권의 수신 확대는 채권 매수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축은행발 자금이 캐피탈사와 대부업체 및 보험사 등 저축은행을 제외한 제2금융권으로 흘러들어가,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트레이드증권의 이치영 애널리스트는 "솔로몬저축은행은 최근들어 저신용 소액신용대출 영업을 빠르게 확장해왔기 때문에, 시장 내에서 저축은행권과 경쟁중인 캐피탈사 및 대부업체에 풍선효과가 예상된다"며 대출면에서 소비자금융업체의 선전을 예상했다. 또한 예금면에서 그는 "(퇴출 저축은행의 수신은)고금리 추종 부동자금의 성격이 있으므로 보험사의 저축성예금 일시납으로 상당액은 유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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