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실사구시(实事求是)정신(精神)

조평규 회장

중국의 위대한 지도자였던 덩샤오핑(邓小平)은 흑묘백묘론에서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다 (不管黑猫白猫能抓到老鼠就是好猫)”라고 하였다. 또한 1992년 남순강화(南巡讲话)에서 “가난이 사회주의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선부론(先富论)에서 “먼저 부자가 되는 것을 인정하고, 가난한 사람이 따라가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당시 이런 말은 사회주의 사상과 이념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주장이었다. 중국이 현재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것은 그의 공로라는데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한다. 덩샤오핑의 실용주의 사상은 실사구시(实事求是)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
실사구시란 청나라 고증학자 고염무(顾炎武)가 주창한 것으로 “실질적인 것에 의거하여 사물의 진리를 찾는다”는 뜻이다. 즉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져 보는 것과 같은 실험과 연구를 거쳐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을 통한 정확한 판단과 해답을 얻는 것을 말한다.
한중수교 20주년을 맞이하면서 생각해보면, 한중간의 교역규모는 작년 2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2015년이면 3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미 세계 10대 무역국이 되었다. 양국 정부는 이달 초 한중FTA협상개시를 선언하기도 했다. 우리 역사상 중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해본 경험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때 참으로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조선조 실학파(实学派)들이 실패했다고 느꼈던 실사구시의 정신이 우리의 유전인자에서 없어진 것이 아니라 찬란히 현대에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를 보면 실사구시의 정신과 너무나도 많은 차이가 난다. 아직도 조선시대의 당쟁과 다름없는 공리공론에 국력을 낭비하고 있다. 특히, 지난 총선의 선거운동기간 난무한 공약과 상대편을 향한 무한저주의 입씨름은 실사구시의 정신에서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 정치수준이 국민의 의식이나 기대수준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어떤 후보는 차마 말 못할 인격적 결함을 가졌지만 사퇴는 커녕 끝까지 가는 후안무치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지지표를 얻기도 했다.
선거와 관련하여 재외국민들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다. 지난 총선의 재외국민선거에서 베이징(北京)교민들은 3월 말부터 4월 초 주중대사관에서 투표에 참가했다. 필자도 즐거운 마음으로 선거에 참가했으나 전체 참여율은 저조했다.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확보하기 위해 관심있는 국회의원들과 세계각국에 흩어져 있는 한인회 등 각종단체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얻은 참정권이었다. 그런데 실제의 참여도는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재외국민이 참정권 한표를 행사하는데만 든 예산이 50만원 이상이라니 말문이 막힌다. 실사구시의 정신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주어진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등한시하는 사람이 중국에서 성공할수 있을까. 선거 한 번 참여하지 않았다고 너무 비약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은 실사구시의 정신을 생활속에서 실천하는데 소홀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많은 중국기업들은 실사구시를 기업의 사훈으로 정한다. 중국기업에게도 실사구시의 정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실질을 숭상하는 현실주의 성향이 강한 중국인의 사고을 대변해주고 있다. 중국정부의 공무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실사구시의 정신이 중국공무원들의 업무처리의 지침이 되고있음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중국에서는 징검다리 휴일이면, 앞과 뒤를 끌어다가 연휴로 만든다. 나라가 크고 인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시행하는 것을 보면 실사구시의 정신을 잘 실천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조선말 선승으로 유명한 초의선사(草衣禅师1786-1866)는 시, 그림, 글씨에 능해 삼절이라 칭송받고 염불, 탱화, 단청, 범패, 바라춤까지 통달한 팔방미인이었지만 친히 노동의 고통을 감수하였다고 한다. 그의 행동거지는 성경의 “일하지 않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는 가르침과 맞닿아 있다. 그는 조선말 실학자의 거두이면서 실사구시의 대표적인 인물인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실사구시학파 일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초의는 그가 지은 "초의집(草衣集)"에서 “가마를 타고 가면서 가마를 매고 가는 사람의 고통을 생각하지 않거나, 차를 마시면서 차잎을 따고, 덖고, 말리는 사람의 고통과 수고로움을 생각하지 않음은 죄를 짓는 일이다”라고 질타하고 있다.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중국의 실사구시 정신을 철저하게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중국은 만만하게 보고 쉽게 성공을 꿈꿀수 있는 곳이 아니다. 한국보다 몇 배 더 노력해야 하는 곳이다. 허황한 꿈과 만용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로또와 경마에 당첨되는 천박한 꿈은 꾸지도 생각지도 말아야 한다. 작은 것일 망정 자기가 정성을 다해 성취하는 것만이 내 것이다. 비록 작은 성취일지라도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 작은 일에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이 큰 성공을 한방에 일궈낼수는 없다. 큰 성공은 작은 성공들의 총합이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정진해야한다. 이러한 노력이 있으면 큰 성공이 덤으로 굴러오기 마련이다.
고통과 희생 그리고 노력과 실천없이 곧장 큰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은 없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 어려움과 고통을 극복한 분들이다. 지금까지 실사구시를 실천하는데 소홀했다면, 당장 생각을 바꾸어 실천하면 된다.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수단은 실천”이라는 덩샤오핑의 실사구시(实事求是)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실천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글 조평규 = 중국연달그룹 수석부회장 / 재중한국인회 수석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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