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 노사가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건설사 채권단에 대한 비슷한 불만이 커지고 있어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건설협회(이하 건협)와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연합(이하 건설기업노련)은 각각 간담회 및 기자회견을 연다. 건협은 10일 워크아웃·법정관리 임원진들이 참석해 채권단 유동성 지원 중단 및 수주 기회 감소 등에 따른 문제점을 제기하고, 정부와 금융권에 조속한 지원방안을 촉구할 계획이다.
건협 관계자는 “워크아웃 제도가 기업 경영 정상화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채권단 이익 챙기기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많아 문제점을 진단하고 정부에 대책을 건의하기 위한 간담회”라고 설명했다.
풍림산업·우림건설·벽산건설·남광토건·삼부토건·삼안기업 등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중인 건설사 노조로 구성된 건설기업노련도 오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슷한 문제에 대해 알릴 계획이다.
노련 관계자는 “중견건설사들의 실상과 채권 회수에만 열을 올리는 채권단, 정부의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사회에 알리고, 근본적 문제 해결 위한 대책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평소 갈등 양상을 보이던 건설사 사측과 노조가 각각 채권단에 같은 불만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최근 부도를 맞은 풍림산업 이후 위기의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풍림산업은 지난 2일 최종 만기가 돌아온 기업어음(CP) 422억원을 막지 못하고 최종부도 처리됐다. 이 회사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다.
부도의 원인은 풍림산업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2곳의 주채권 은행인 국민은행과 농협이 자금 지원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풍림산업 채권단과 사업 주채권은행들은 입장 차를 드러냈다.
풍림산업 채권단은 지원을 결의한 반면 직접 대출을 해야 하는 국민은행과 농협은 시행사와의 합의가 힘들다는 이유로 807억원에 이르는 추가 지원을 중단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풍림산업만의 문제가 아닌 현재 워크아웃·법정관리 중인 건설사 대부분이 겪고 있는 사항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채권 금융기관들이 이들 기업에 대해 자금 지원을 거부하고 있어 수많은 건설인력들이 길거리로 내쫓기게 된 상황이다.
우림건설도 최근 채권단이 3차 신규 자금 지원안을 부결, 워크아웃 지속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벽산건설 역시 채권단이 신규 자금 지원보다는 제3자 매각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이 신규 대출을 거절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자금 회수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사업들이다. 일부 채권단은 지난 몇 년간 자금 회수가 어느 정도 이뤄지자 나머지 사업에 대해서는 아예 포기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판단에 따라 추가 지원은 거부하고 있다.
여기에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채권단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신규 대출이 이뤄진다. 건설사별로 주채권은행이 있지만 개별 사업장별로 채권은행이 다르기 때문에 한 곳만 지원을 거부해도 워크아웃 건설사는 자금을 지원받을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신규 수주도 사실상 어렵고, 보증수수료도 일반 건설사보다 높은 게 현실이다. 워크아웃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입찰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있다.
워크아웃 중인 A건설사 관계자는 “일부 채권단은 자신들이 발주한 사업에 워크아웃 건설사 참여를 배제하는 등 건설사 회생에는 아예 관심이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며 “이제라도 각종 불이익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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