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경제권과의 FTA가 실제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채감하기도 전에 우리는 더 크고, 또 어쩌면 더 두려운 시장을 대면하게 됐다.
하지만 이런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한·중 FTA 협상을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정치적 특색도 중요 요인
중국의 정치·경제적 특징을 종합해볼 때 한·중 FTA 협상에서 '중국특색(中國特色)'을 고려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이야기다.
한·중 FTA 협의과정에서 이 점은 분명 적지않은 영향력이 있을 것이다. 중국에 대한 우리의 수출 의존도가 너무 높아진 상황이며 두 나라 간 경제체제의 차이, 경제적 분업구조, 협상 주도력 격차 등 다른 FTA와는 접근방식부터 달라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럽다.
이에 대해 LG경제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정부가 중국과의 FTA 협상 과정에서 이익의 균형을 찾기가 매우 어려우며, 협정이 발효될 경우 한국 경제가 받을 파장도 매우 클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한국이 중국과의 협상에서 무조건 나약할 것이라는 판단은 금물이다. 이미 형성된 탄탄한 분업관계와 미국 및 EU 등 거대경제권과의 협상을 통해 협상력을 '인정'받은 정부의 경험이 자산이기 때문이다.
◆경제체제 차이 극복해야
중국이 기존 협상국들과 다른 부분은 중국 경제의 운용체제가 자본주의 시장경제 모델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은 '중국특색 사회주의(中國特色社會主意)' 국가다. 다시 말해 중국은 사회주의적 공유원칙을 견지해나가되 시장 메커니즘을 적절히 활용하는 경제체제를 갖고 있는 것.
이러한 특징 때문에 중국과의 FTA 협상 및 이행과정에서 상당히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중국은 아직까지도 경제활동의 기초가 되는 토지나 국가기간산업에 해당하는 핵심 기업은 국가 소유나 공동 소유 원칙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LG경제연구원의 연구원은 "외국기업 입장에서 해당 분야의 시장개방은 체제 안정성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이들과의 경쟁은 중국 정부와의 경쟁 이슈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해당 분야 국유기업의 경쟁력에 위협을 가할 만한 환경변화도 중국 정부가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유 중장비업체인 쉬공(徐工)의 매각계약 파기 건이다. 2005년 미국계 펀드가 쉬공의 인수계약을 맺었지만, 중국 정부는 한 해 뒤 '외국투자자 역내기업 인수 관련 규정'을 제정한 뒤 소급적용해 무산시켰다.
특히 중국은 2011년을 기점으로 성장잠재력이 큰 7개 산업분야를 전략적 신흥산업으로 지정하고 선진국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대대적인 금융·세제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대외경제연구원은 "최근 미국 정부 등이 이 분야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재정지원이 WTO가 제한하고 있는 보조금 지급에 해당된다며 보복조치를 예고하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도 향후 FTA 협상 과정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라고 조언했다.
◆'공산당 영도' 원칙의 중국정부 행정 편의주의도 골머리
공산당 중심체제인 중국 정치구조상 우리 정부가 중국의 행정편의주의에 말려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중국은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를 추구하고 확대해나가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공산당 영도'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이는 공산당을 정점으로 행정·사법이 종속됨을 의미한다.
특히 사법부 현장의 예산 및 인사권은 소속 지방의 의회(지방 전인대)에 속해 있으며, 이 의회 대표들도 공산당이 사실상 인선하고 있다.
FTA 협상에서 중국 공산당은 이 같은 영도원칙에 따라 자국 내 제정파의 이해를 반영하거나, 이익단체에 휘둘리지 않고 중장기적 국익 관점에서 일관성 있는 협상전략을 펼칠 수 있다. 이는 우리 정부로선 다양한 이익그룹의 이해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의 협상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중앙정부가 그동안 맺었던 FTA 조항은 지방정부의 시행령 등에 막혀 관철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FTA 대상국이 경제소국이었던 탓에 체결 후 현장까지 FTA 법규를 강제할 만한 협상력을 지니지 못했던 때문이다.
◆높은 수준의 분업구조 정착
FTA의 경제적 효과는 관세인하를 통한 가격인하가 시장을 안정시키고 이를 통한 생산과 소득증가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의 상대국 수입품에 대한 실효관세율은 각각 6.0%, 3.9%로 낮은 편이다.
복수의 경제학자들은 중국은 수출을 독려하기 위해 수출용으로 수입해오는 원부자재에 대해서는 수출 후 관세의 상당 부분을 돌려주고 있는데, 이를 감안하면 중국의 실효관세율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관세율이 2.5%인 만큼 한·미 FTA보다 한·중 FTA가 관세인하 폭이 더 클 가능성이 높아 그 파장 역시 더 클 것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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