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기 침체로 분양계약 해지나 입주 거부 사태 등이 확산되면서 대출이자를 제대로 납부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집단대출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받지 않는 탓에 대출금 규모가 커 연체율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자칫 가계부채 부실화를 초래할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16일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집단대출 잔액은 100조~117조원가량으로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25~30%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대출잔액 100억원 이상의 사업장을 기준으로 한 금액이다. 실제로는 이보다 5~10% 정도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집단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말 1.35%를 기록한 뒤 올 들어 1월 1.50%, 2월 1.70%, 3월 1.80% 등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집단대출 제외)인 0.40%보다 무려 4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 관계자는 "당국에서 발표한 집단대출 연체율 역시 대출잔액이 100억원 이상인 사업장만 선별해 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단대출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이유는 입주자와 건설사 간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이자를 제대로 내지 않는 사업장이 늘고 있어서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주변 집값은 계속 떨어지는데 건설사가 분양 당시 책정했던 분양가를 낮추지 않아 입주자들의 피해가 커진 게 갈등의 원인이다.
실제로 한국은행 통계를 살펴보면 집단대출이 이뤄진 사업장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30% 이상 높은 비율은 무려 58.7%에 달한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게 형성된 사업장은 9.2% 수준에 불과했다.
입주자가 건설사를 상대로 분양계약 해지, 법적 소송, 입주 거부 등의 행동에 나서면서 대출이자 납부가 지연되고 있다.
최근 풍림산업이 도산하는 등 문을 닫는 건설사가 속출하고 있는 것도 연체율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건설사가 분양 활성화를 위해 이자후불제나 무이자 대출 등의 형식으로 분양자들이 은행에 내야 할 이자를 대신 지급해 왔다는 것이다.
입주자와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건설사가 대출이자 대납을 거부하자 최대 수천만원에 달하는 이자부담이 고스란히 입주자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입주자와 건설사의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입주자는 대출 원금에 미지급한 이자 원금과 연체이자까지 더해져 대출 상환 자체가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건설사도 분양률이 낮아질 경우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는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의 수익성 및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 사업장에 집단대출로 나가는 금액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연체이자도 최대 수백억원에 달하는 경우가 있다"며 "부동산경기 악화로 집단대출 연체를 조기에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전했다.
특히 집단대출은 DTI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대출금 규모가 다른 주택담보대출보다 크다. 대출 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가계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의미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의 연체율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집단대출 연체율이 크게 올라 결국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당국도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으며 철저히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