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범 소장 |
국내 골프장산업이 하강기에 접어들면서 수요자(골퍼) 시장으로 빠르게 바뀜에도 불구하고, 골프장들은 그린피 대신에 캐디피를 1만∼2만원씩 올리는 등의 ‘꼼수’를 부리면서 골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캐디피 인상은 단기적으로는 캐디의 이직을 막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중기적으로는 국내 골프장산업을 더욱 위축시키는 부메랑이 되어 골프장 경영을 위협할 것이다.
최근 들어 경기보조원(캐디)에게 지급하는 봉사료인 캐디피가 일부 고가 골프장을 중심으로 1만∼2만원씩 올랐다. 수도권에 위치한 86개 골프장 중 8개소가 지난달 캐디피를 10만원에서 12만원으로 인상했다. 인상 명분은 고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내면으로는 골프장수 급증에 따른 캐디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다. 문제는 캐디피 인상이 이들 골프장에 국한되지 않고 주변에 있는 골프장들까지 덩달아 파급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 회원제골프장의 팀당 캐디피는 4월 현재 10만6000원으로 2004년 8만4400원보다 25.6%나 인상됐다. 이번 고가 골프장들의 캐디피 인상으로 대부분 수도권 골프장들의 캐디피는 평균 11만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 회원제골프장들도 예외가 아니다. 호남권 회원제골프장의 팀당 캐디피는 4월 현재 10만500원으로 지난해보다 9.6%(8800원), 2004년보다는 무려 41.0% 인상됐다. 영남권의 캐디피도 9만9900원으로 지난해보다 3.7%(3500원) 올랐다.
이같은 캐디피 인상은 주변의 회원제는 물론 퍼블릭 골프장들에도 영향을 미친다. 캐디들이 다른 골프장으로 이직하겠다고 떼를 쓰면 할 수 없이 인상하게 될 것이다. 골퍼들이 지급한 캐디피 총액은 지난해 6260억원으로 2004년보다 2배 급증했고 골프장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캐디피 지출액 비중도 2007년 16.0%에서 2011년에는 18.5%로 높아졌는데, 아직도 미흡하다는 얘기인가?
그린피에다 캐디피· 카트비까지 포함한 회원제골프장 이용료(토요일 기준)는 올해 25만2900원으로 2009년보다 10.9% 급등했고 주중 이용료도 9.0% 상승했다. 이처럼 이용료가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회원제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은 2009년 19.2%에서 지난해에는 6.9%로 3분의 1정도 떨어졌다. 이용료를 올리는 것이 비회원들을 쫓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골프장 경영에는 도움이 되질 않는다는 얘기다.
이처럼 많은 캐디피를 지불하는 골퍼들 입장에서는 캐디피가 올라간 만큼 만족도가 높을까? 오히려 캐디피가 올라간 것에 반비례해 만족도는 떨어졌다고 보는 게 일반적일 것이다. 골프장이 늘어나고 신참 캐디들이 속속 들어오게 되면서 모르는 부분을 가르쳐주면서 ‘모시고’ 다니게 된다. 그래도 불만을 토로하지 못하고 꾹 참고 플레이하는 골퍼들에게는 이번 캐디피 인상이 충격적일 것이다.
이같은 고가 회원제 골프장들의 꼼수는 그들이 외쳐왔던 골프대중화를 역행하는 것은 물론, 정체돼 있는 골프인구를 감소시키면서 골프장산업을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또 캐디피 인상을 계기로 ‘골프소비자모임’을 중심으로 한 골퍼들이 캐디 선택제를 강력히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주게 됐다. 300만명의 골퍼들은 그동안의 방관자적 입장에서 벗어나 해당 골프장 보이콧같은 적극적인 행동을 취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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