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 휘발유값 '200원↑'·중기 '줄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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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5-2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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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산 원유 수입 전면 중단 가능성

아주경제 서영백·김진오 기자= 이란 산(産) 원유 수입이 이르면 이달말 전면 중단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21일 정부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이 오는 7월1일부터 이란산 원유를 운송하는 운송업체에 대해 유럽 보험사의 보험 제공을 중단하기로 한 것에 대해 한국을 예외로 인정해 달라는 요청을 거절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보통 원유 수송이 40여 일 정도가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은 당장 5월 말부터 시행되는 셈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지난 1월부터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회원국들과의 비공개 협상에서 보험 제공 중단 조치에서 한국을 예외로 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며 “오는 23일 열릴 ‘P5+1 (UN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독일)’ 그룹 회의와 이란 간 핵무기 협상에서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란 핵 개발 중단과 관련 이달말 열리는 미국 등 6개국과 이란 간 협상, 6월 중순 열리는 EU 외무장관회의에서 전환점이 마련되지 않으면 이란 산 석유 중단은 현실화 될 것이라는 것이 정부 안팎의 관측이다.

지식경제부도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아직 EU 입장을 예단하기는 힘들다”면서도 “오는 6월25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최종 방침이 정해질 때까지 정부로서는 (이란산 보험과 재보험의 중단 결정에 대해) 예외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하고 계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산 원유 수송과 관련된 모든 보험이 중단되면 석유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미칠 충격은 상당할 전망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유럽 보험업계 의존도가 높다.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가 사고 우려로 유조선을 운항할 수 없게 되고 이란 산 원유 수입도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국내 보험사들은 해운사와 계약할 경우 위험 분산을 위해 유럽 보험사들과 재보험 계약을 하는데 EU에서 재보험을 거절하면 사실상 국내 업체는 수송이 불가능한 것.

특히 원유 200만 배럴을 운송하는 초대형 유조선은 화물(원유)보험 2억5000만 달러, 선박 자체 보험 1억 달러, 침몰 등에 따른 환경오염 배상을 위해 10억 달러의 사고배상책임보험 등 세 가지를 갖춰야하는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보험사는 유럽계와 미국계 정도다.

이란 산 원유는 지난해 국내 전체 수입 물량의 9.4%를 차지했다. 미국의 이란 제대조치 강화로 올 1분기에는 수입 물량이 줄었지만 여전히 7.6%를 차지하고 있고 다른 원유에 비해 저렴해 수입이 중단될 경우 국내 휘발유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휘발유 업계에서는 이란산 원유 수입이 제재를 받으면 국내 휘발유는 ℓ당 100원~200원 이상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 이란 산 원유 수입이 중단되면 국내 중소 수출기업들도 줄도산 위기에 처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미국의 요구로 이란과의 금융거래를 중단해 국내 정유사가 이란에 지급하는 원유 수입대금을 맞바꾸기식으로 수출대금으로 지급받고 있다.

지난 3월말까지 이란에서 석유 수입대금으로 14조7000억원을 입금했고, 국내 수출기업이 수출대금으로 12조9000억원을 지급받아 1조8000억원이 남아 있다. 남아 있는 돈으로는 버텨야 3~4개월이며 최악의 경우 이들 중소기업들의 대규모 파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이란 수출은 6조7000억원, 이란 수출기업은 2151개인데 100만 달러 이하 소규모 수출기업이 1821개사로 85%에 달한다. 이 중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이란 수출에 의존하는 280여개 기업은 ‘풍전등화’다.

특히 국내 실물경기에도 직격탄으로 작용해 물가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실제 한국은행은 국제유가가 10% 상승하면 소비자물가가 0.2%p가 오르고 경제성장률은 0.2%p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경제성장률이 0.2%p 감소, 생산자물가는 0.37%p 상승한다고 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성장률은 0.2%p 떨어지고 소비자물가는 0.12%p 오르며 경상수지는 20억달러 악화된다.

한편,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우리나라가 원유 수입에 차질을 빚더라도 달러-원 환율 상승 압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유로존 변수와 외국인 주식순매도 지속 등 다른 변수들이 합쳐질 경우 달러화가 추가 상승압력을 받을 수 있으나 단독 재료로 인식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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