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근 범경제계 에너지절약운동본부 본부장(사진,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30일 대한상의 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른 무더위와 대형발전소 공급 차질로 5월초부터 전력수급 위기가 찾아왔다”며 “대한상의 14만 회원기업들을 대상으로 일본수준의 고강도 절전캠페인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산업계의 여름철 50대 절전 행동요령을 만들었으며, 6월1일부터 9월21일까지 71개 지역상공회의소, 서울시 25개 구 상공회와 함께 전국의 공장·사무실·상가 등지에서 총체적인 에너지 절감 플랜을 추진할 방침이다.
우선 공장의 경우 가능한 사업장을 중심으로 주말이나 야간, 조조시간대로 조업시간을 조정하는 한편, 전력소모량이 많은 기기는 피크시간대를 피해 사용하거나 자가발전기를 적극 활용해 국가전력망에 미치는 부담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심야전기를 이용하는 빙축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고 냉방시스템도 에어컨에 비해 전기소모가 훨씬 적은 흡수식 냉온수기로 전환키로 했다.
사무실 절전도 강도높게 추진된다. 정시퇴근을 생활화하고 4층 이상의 엘리베이터는 격층으로 운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사무실 저효율조명은 LED로 교체하기로 했다.
이동근 본부장은 “국내 최대의 번화가인 명동역과 강남역 상점가의 동참이 중요하다”며 “서울시의 중구와 강남구상공회 등 25개 구 상공회 6만2000개 상점들을 대상으로 자율 절전 캠페인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6월 7일 여수에서 열리는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회의에서도 산업계 전력수급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라며 절전운동 확산방안을 다각도로 모색 중임을 밝혔다.
한편, 이 부회장은 최근 한전에서 산업계 전기요금의 대폭 인상을 추진중인데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근 경기악화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게 이중고가 될 것이며, 산업전체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그동안 저렴한 전기요금 때문에 외국인 투자가 늘고 해외 투자기업들도 국내 U턴을 추진하고 있는데, 투자와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2000년 이후 주택용(4.1%), 일반용(11.4%), 교육용(11.2%) 요금인상은 거의 동결된 반면, 산업용 전기요금만 10차례에 걸쳐 61% 대폭 인상됐다”며 향후 임금인상시 산업용과 他요금의 균형있는 조정을 주문했다.
이 부회장은 “산업용 전기는 고압선으로 송배전되기 때문에 배전단계의 전력손실이 적어 수익구조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전기 1kWh를 판매할 때 주택용 전기는 18.88원(판매가 119.98원-생산가 138.86원)의 손실이 발생하지만, 산업용 전기는 4.82원(판매가 81.23원-생산가 86.05원)의 손실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부회장은 “산업용 요금은 낮고 주택용 요금은 높아 산업용을 더 많이 올려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분들이 많지만, 우리의 주택용 대비 산업용 요금비율은 주요 선진국보다 높다”고 말했다. 산업용 요금 단가는 1MWh당 57.8달러로 주택용(88.6달러)의 65.2% 수준인데 이 비율은 일본(68.6%)과 비슷하지만 독일의 44.7%, 미국 59.0%, 프랑스 63.4%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그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집중 인상하는 근거로 활용돼 온 한전의 원가회수율 발표수치가 요금 인상후 더 낮아진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산업용 요금을 인상해 한전 적자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이 더 이상 되풀이돼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예측가능한 사업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내용의 요금조정안이 먼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물가안정을 위해 일반국민보다 기업이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은 “전기는 철강·화학·중공업·반도체 등 기간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원자재”라며 “전기요금 상승으로 산업재 가격이 오르면 일반생활용품 등 소비재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분이 소비자에게 전가돼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