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스캔들 때문에" 50주년 맞은 월마트 '울상'

  • 내달 1일 주주총회…주요 주주들 이사선임 등 반대표 행사 계획

아주경제 송지영 워싱턴 특파원= 1일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세계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Wal Mart)가 멕시코 뇌물 스캔들 오명으로 제대로 창립 기념일을 기념하지 못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뇌물 스캔들을 가져오게 한 기업경영 문화에도 일대 혁신이 있어야 한다는 안팎의 주장이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1962년 미국 아칸소주에서 샘 월튼이 시작한 월마트 체인은 그동안 소수의 가족들과 측근 경영진을 제외하고는 회사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알 수 없는 폐쇄적인 구조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에 따라 1일 창립 기념일을 맞아 열리는 연례 주주총회 모임에서 월마트의 큰손 주주들이 이사 후보로 올라온 가족 경영진에게 반대 표를 던질 계획을 발표하는 등 회사의 경영 방침에 전면 반기를 들고 있다. 이중에는 뉴욕 지역의 5개 주요 연금 펀드를 관할하는 뉴욕시 당국도 포함됐다.

월마트는 이사회 의장이자 창업자의 손자인 롭 월튼, 멕시코에서 뇌물 스캔들이 벌어졌을 당시에 상무 이사를 맡은 리 스캇, 현 상무이사이자 과거 국제 비즈니스부 총책을 맡았던 마이크 듀크를 등기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월마트 측은 최근 회사 경영 관례에 반기를 든 분위기를 인식한 듯 "이사 후보로 올라온 16명중 11명은 회사를 소유한 가족 경영진과 상관없는 독립적인 성향"이라고 해명했지만, 투자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주총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캘리포니아 공무원 은퇴 시스템(Calpers)와 캘리포니아 교사 펀드(Calstrs) 측은 "이사 후보 대다수가 회사 소유주와 개인적으로 연계가 있는 사람들"이라며 "반대 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2004년 멕시코에서 수천만달러의 뇌물을 제공했을 당시 회사 감사를 맡고 있었던 크리스토퍼 윌리암스 회사 감사위원장에게 현재 뇌물 사건 내부 감사를 맡긴 것도 투자자들은 불만이다.

그럼에도 연례 주총은 월마트 경영진의 계획대로 이사 선임 등의 안건이 처리될 전망이다. 월튼 가족이 회사 주식의 49.81%를 보유하고 있어 극소수의 우호 지분만 확보하면 주요 안건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월마트의 이사 선임은 무려 98%가 넘는 찬성률로 통과됐다.

회사측은 창립 기념일을 맞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등을 통해 근무 윤리 및 기강을 강조하는 등 뇌물 사건으로 얼룩진 회사의 명예를 다시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월마트는 지난 2004년 멕시코 내에서 설립 인가를 위해 약 2400만달러의 뇌물을 뿌렸다가 지난달 미국 법무부의 해외부패방지법(FCPA)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만일 혐의가 인정되면 수억달러의 벌금과 연루자들은 최대 20년형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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