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신뢰는 단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보험산업의 신뢰도 제고를 위한 노력과 함께 지금껏 쌓아온 신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해야 할 것이다.”(2012년 김규복 회장 신년사)
지난해 12월 출항 이후 줄곧 신뢰를 강조해온 김규복호(號)가 24개 회원항(港)으로부터 외면 받는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모피아(재무부 출신 인사, Mofia) 역풍과 지난 4월 불어닥친 변액연금보험 수익률 파도를 잘 헤쳐 나가는 듯 보였던 생명보험협회는 최근 밀려든 내·외부 암초까지 피하기는 힘겨워 보인다.
3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생보협회는 지난달 업계 사장단 회의 당시 한 경제전문 주간지 기자의 잠입취재를 허용해 구설수에 휘말렸다.
사장단 회의는 생보협회장과 주요 이사사 사장들이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로 그동안 외부인 출입이 철저히 차단돼 왔다.
그러나 이번 사장단 회의에 기자의 잠입을 차단하지 못했다. 회의 직후 이 같은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생보협회는 뒤늦게 관련 인물을 파악해 사태를 수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금융소비자연맹과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던 변액연금보험 수익률 논란의 여진도 풀어야할 숙제다.
금소연은 4월 5일 ‘K-컨슈머리포트 제2012-2호’를 통해 국내 22개 주요 생보사가 판매 중인 60개 변액연금 상품 가운데 54개 상품의 실효수익률이 2002~2011년 평균 물가상승률 3.19%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생보협회는 김 회장의 의중에 따라 법무법인 충정에 비교공시금지가처분소송 법률자문을 의뢰하는 등 강경 대응방침을 밝혔다.
도마에 오른 회원사들로부터 추가 출연금을 걷어 금소연의 발표를 반박하는 신문광고를 싣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생보협회의 이러한 대응 방식에 엄연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생보협회가 적극적인 대응으로 회원사의 목소리를 대변한 점은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금소연의 공식 사과를 이끌어내지 못해 사태를 적정선에서 덮어두려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생보협회는 금소연과의 대치 과정에서 금융당국과의 소통 부재에 대한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생보협회는 같은 달 10일 금융위원회에 금소연에 대한 행정조치를 요구하는 SOS를 요청했다.
하지만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당시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생보협회가 문제를 자초했다는 식의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생보협회가 금융당국, 회원사, 언론사 등과의 대내·외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손해보험업계와 달리 회원사가 유관기관을 믿고 일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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