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지난달부터 17%나 하락하며 배럴당 100달러를 하회했다. 이로 인해 지난 4월 최고치를 찍었던 휘발유 가격도 거의 8%나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휘발유 소매가격은 원유가격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존 고간은 “전체적인 휘발유 가격은 향후 수주간 하락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원유의 가격하락은 공급량 때문이다. 올해들어 원유가격이 연이어 오르자 사우디아라비아는 30년래 최대 생산량을 배출했으며 미국은 지난 3월 14년래 최대치인 하루 630만배럴을 생산했다. 정제사 역시 부진한 수요에도 휘발유량을 늘렸다. 이와 함께 지난달 미국을 비롯한 주요 8개국이 이란과 갈등으로 원유 공급에 타격을 입으면 전략유를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일 실망스런 고용지표를 발표했음에도 저렴한 휘발유 가격이 균형적인 경제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미 에너지정보국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10센트 하락하면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0.1% 늘어난다. 반면 휘발유 가격이 인상되면 운송비용도 늘어나 상품가격의 인상을 초래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리린치의 마이클 핸손 이코노미스트는 “낮은 휘발유 가격은 미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를 부활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완화할 것”이라며 “글로벌 경제성장의 둔화도 미 소비자들은 이익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 재정위기를 비롯한 중국 경제성장의 둔화 등 외부적인 악재도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글로벌 경제가 악화되면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미 국채로 몰린다. 10년만기 미 국채수익률은 1.5%까지 떨어지며 미국의 주택담보 대출 금리가 낮아졌다. 이는 부동산 경기를 부양시키고 리파이낸싱 할 수 있어 소비자에게 이득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의 심각한 고용난과 저조한 소득을 상쇄하긴 어렵다고 FT는 관측했다.
또한 휘발유 가격하락은 미 대선에도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높은 휘발유 가격은 소비자의 불만을 야기시켜 현 정권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비난으로 이어졌다. 공화당의 대선후보인 미트 롬니를 이를 이용해 오바마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을 맹렬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치솟던 휘발유 가격이 하락하며 오바마는 악재를 기회로 바꿀 수 있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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