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20주년을 맞아 당시 주역들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재회했다. 이세기 한중친선협회 회장, 황병태 제2대 주중대사, 펑춘타이 주한중국대사관 정치참사, 쉬둔신 중국 외교부 외교정책자문위원, 이상옥 전 외무장관, 장팅옌 초대 주한 중국대사 (현 중한우호협회 부회장), 곽영길 아주뉴스코퍼레이션 대표이사, 문대근 통일부 상근회담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환담을 나누고 있다. 남궁진웅 timeid@ |
이날 간담회에는 쉬둔신(徐敦信) 전 중국 외교부 부부장(현 중국 외교부 외교정책자문위원), 장팅옌(張庭延) 초대 주한 중국 대사(현 중한우호협회 부회장), 펑춘타이(馮春臺) 주한 중국 대사관 참사관 등 중국 측 인사와 이상옥 전 외무부 장관, 이세기 한중친선협회 회장, 황병태 제2대 주중 대사, 문대근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상근회담 대표, 곽영길 아주뉴스코퍼레이션(아주경제) 대표 등 한국 측 인사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참석자들은 20년 전 당시 한중 수교 당시 비화 및 에피소드를 주고받는 한편 한중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등 우의 증진과 교류 확대를 위한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남북관계와 한중외교
한중 수교 주역들은 한중 양국 관계가 앞으로 발전해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열띤 토론을 벌였다. 특히 아직 한중 양국이 수교한지 20년 밖에 안돼 양국 간에는 여전히 차이점도 많은 만큼 양국 간 소통을 강화해 서로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황병태 전 대사는 "21세기 한국의 외교 전략은 미국과 중국을 등거리에 두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이런 기조의 발언으로 한국 내에서 곤혹을 치른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그는 천안함 사태 때에도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말고 중국 주도의 6자회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고 전했으나 결국 방송이 되지 않았다는 것. 또한 그는 미국 항공모함의 서해 진입과 관련해 중국 언론이 달아오르는 것도 목도했다고 전했다.
이세기 회장은 "한중 관계는 양국 간 관계보다는 북한이나 미국 문제가 개입되면 그 때부터 꼬이기 시작한다"며 "특히 지난 해 천안함 사태 이후 이른 바 '친중파'라고 하는 한국 내 중국통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중국의 외교적 입장은 물론 이해하지만 그간 북한이 보여온 청와대 습격사건, 미얀마 아웅산 테러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같은 명백한 도발에 대해서도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여 한국 국민과 여론이 반중으로 돌아선 계기가 된 것 같다"며 "이런 점은 분명히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문제는 한국과 중국이 서로 소통하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길 바라는 뜻에서 지적하는 것"이라고 덧붙엿다.
이에 장 전 대사는 "어떤 사안에 대해 격의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야말로 이 회장이 중국의 진정한 친구라는 증표"라며 "한중 수교는 이제 겨우 20년으로 갈길이 멀으니 앞으로 잘 지켜봐달라"고 응답했다.
황 전 대사도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이 최근 열린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북한도 이제는 인민의 생활을 개선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밝힌 것은 아주 중요한 메시지"라며 "이에 대해 한국 국민과 여론 등이 아주 좋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쉬둔신 전 부부장은 "중국의 기본 입장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다'"며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중국과 한국이 가장 큰 피해자"라고 전했다. 그는 "과거 한중수교 당시에도 노창희 전 외무부 차관에게 중국의 남북한 관계에 대한 핵심 두 가지를 강조했다"며 "첫째는 1949년 신중국 건국 후 '조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중국을 국가로 인정했다는 것, 둘째는 중국과 북한은 정치 시스템을 비롯한 국가 사회체제가 유사하지만, 한국은 경제를 제외하고는 중국과 다른 점이 많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쉬 전 부부장은 "그럼에도 중국이 북한의 반대를 물리치고 한국과 수교를 결정한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대전제에 충실하기 위함이었다"며 "중국과 한국은 이제 겨우 20년 소통했을 뿐이지만 이렇듯 짧은 시간에 큰 흐름에서 잘 발전해왔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장팅옌 전 대사와 이상옥 전 장관 등 자리에 참석한 다른 인사들도 중국과 한국이 수교 20년만에 이만큼 성과를 낸 것은 대단한 것이라며 서두르지 말고 차분하게 미래를 대비해 나가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한 한중 수교의 주역들이 자주 만나고 소통해 양국의 국민과 후손들에게 좋은 전통과 유산을 물려주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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