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담합>‘뒷북 제재’ 비판에 곤혹스런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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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6-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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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혹 확인하는데만 2년8개월 걸려, 국민 혈세만 1조 낭비…정권 눈치보기·솜방망이 처벌 비판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원회의를 열어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사업인 ‘4대강’ 사업의 입찰 담합에 참여한 19개 건설사에 대한 제재를 결정했다.

지난 2009년 10월 이석현 당시 민주당 의원이 “4대강 턴키공사와 관련, 입찰금액 차이가 거의 없고 11개 건설사가 독차지했다”며 입찰 담합 의혹을 처음 제기한 뒤 2년8개월 만이다.

조사 착수 이후 제재 발표까지 3년 가까운 긴 시간이 걸린 데 대해 공정위는 담합 사건의 적발은 장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들고 있으나 사실상 4대강 공사가 이 대통령 임기 내에 차질 없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시간을 끈거 아니냐는 정치적 의혹이 쏠리고 있다.

여기에 22조원의 세금이 투입된 4대 강 사업의 타당성과 ‘혈세 낭비’를 둘러싼 논란마저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담합 확인에 2년8개월이나 걸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검찰과 같은 수사권을 가진 기관이 아닌 만큼 조사의 한계가 있는데다 담합이라는 것이 증거를 잡기가 어려워 조사에 애로가 많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이번 공정위 발표는 이 의원이 2009년 국정조사에서 제기했던 담합 의혹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런 이유로 새로운 사실관계나 추가 혐의 등을 입증한 게 아닌 제기된 의혹을 확인하는 데 2년8개월의 긴 시간이 걸린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제재 시점과 관련, 이 의원은 “(공정위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어떤 혐의를 잡아냈다면 오래 걸릴 수 있지만 2009년 당시 구체적인 스토리를 날짜까지 전부 제시했다”며 “그렇다면 그걸 확인하는 정도로 할 수 있는 건데도, 1년 이내로 끝날 수 있는 것을 이처럼 오래 끈 것이다”고 비판했다.

공정위가 4대강 공사 일정의 차질을 우려해 조사에 늑장을 부렸을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의원은 “MB정권 임기도 끝나가는 판에 다음 정권에서 크게 문제되기 전에 이제 정리 좀 하고 넘어가려고 하려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경제검찰 맞나...靑 눈치보느라 시장감시 소홀

국민적 관심이 지대한데다 관련 기업도 많아 증거를 잡기 어려웠다는 공정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눈치를 보느라 정략적으로 2년8개월까지 시간을 끌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의원은 “2009년 11월 11일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은 4대강 사업에 대해 ‘담합과 관련된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다’는 발언을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그 다음날인 11월 12일 국회운영위 국정감사에서 박재완 당시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이 이를 부인하자, 불과 세 시간 후에 공정위가 ‘정 위원장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는 해명자료를 냈다”고 꼬집었다.

국정감사 때마다 공정위가 청와대를 의식해서 시간을 끄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야당에서 나온 이유다.

이 의원은 공정위의 제재 시점에 대해선 “4대강 공사가 거의 끝나고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마당에 그 결과를 내놓으려 하고 있다”며 “이는 정권의 눈치 보기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사비로 혈세 1조원 낭비...솜방망이 처벌 논란

모두 15개 구간으로 이뤄진 4대강 공사의 낙찰금액은 총 4조1000억원 규모로, 예정가의 93% 수준이었다. 일반적으로 경쟁 입찰의 낙찰가율이 65% 선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공사비가 적어도 1조원이나 더 들어갔다는 산술적인 계산이 나온다.

국민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고통 받는 동안 건설사들은 막대한 국민의 혈세로 돈 잔치를 즐겼던 셈이다.

이와 함께 ‘4대강 담합’과 관련 이날 공정위가 입찰을 담합한 8개 대형 건설업자에 대해 과징금 총 1115억원을 부과한 것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로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공정위는 대규모 국책 사업관련 담합이 터질 때마다 검찰고발 조치를 함께 취해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검찰 고발이 이뤄지지 않았다. 담합의 경우 전속고발제도로 인해 공정위의 고발조치가 없으면 검찰수사는 불가능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2년 6개월 지난 지금 담합 관련 매출의 4% 수준인 15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데 그쳤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현대건설, SK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삼성물산, 현대산업개발 등 6개 건설업체들이 4대강 사업으로 벌어들인 매출총액은 3조6434억여원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에게 부과된 과징금은 1468억여원에 그치고 있다고 경실련은 전했다.

또 현행법상 담합행위 업체는 입찰참가 자격이 제한되지만 담합을 저지른 업체들이 계속해서 입찰에 참가하고 있고 심지어 특별사면까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공공부문 입찰담합에 대한 감시와 제재를 강화하고 적발된 입찰담합에 대해서는 무거운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경제 검찰인 공정위가 정치적인 이유로 시장 감시 등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4대강 사업, 국정조사로 확대되나

이명박 정부 최대의 국가사업인 4대강 사업은 ‘비리’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초대형 게이트로 번질지 모른다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미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야당에서는 4대강 사업 담합 비리와 관련, 국정조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은 1일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관련 “공정위의 결과발표를 지켜보고,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인 경우에는 국정조사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실련과 시민단체인 ‘4대강복원 범국민대책위원회’도 최근 성명을 통해 4대강 사업 비리의혹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며 국정조사와 청문회 실시를 요구하고 나섰다.

검찰 역시 공정위 조사와 별개로 자체적으로 내사에 착수해 관련 조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4대강 공사 과정에서 공사비를 부풀려 수십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건설사와 협력업체 임직원 및 공사편의를 봐 주고 뇌물을 받은 공무원들을 구속하는 등 4대강 사업 비리에 대한 전국적인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늦은 감은 있으나 감사원 역시 지난달 14일부터 전국 100여개 지방자치단체와 4대강 사업에 대한 동시 감사에 착수했다.

단군이래 최대 사업이라는 4대강 사업의 평가가 단군 이래 최대 비리사업으로 얼룩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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