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전문의약품인 사후 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 약국에서도 살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계는 외국과 마찬가지로 약국에서도 판매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의료계와 종교계는 무분별한 성관계가 늘어날 수 있다며 일반약 전환을 반대하고 있다.
◆ 식약청, 사후피임약 일반약 전환 긍정 검토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2000년 마련된 의약품 분류체계를 대대적으로 손질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상 의약품은 식약청이 허가한 3만9000여개 품목이다.
식약청은 제로베이스에서 전문약과 일반약을 전면 재분류키로 했다.
재분류 검토 기준은 전문약과 일반약 정의·분류기준 적합성, 국내외 부작용 발생 현황, 해외 등재성분 등 분류 사례 등이다.
이를 통해 현재 전문약으로 분류된 일부 의약품이 일반약으로, 일반약 일부가 전문약으로 전환된다.
전환 품목은 6700여개로 알려졌다.
식약청은 7일 의약품 재분류 연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재분류를 두고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품목은 ‘노레보’(현대약품) 등의 사후 피임약이다.
사후 피임제는 성관계 후 72시간 안에 복용하면 피임 효과를 보이는 의약품이다.
현재 전문약으로 분류돼 의사 진단·처방을 받아야만 구입이 가능하다.
식약청은 사후 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하는 데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약계 “찬성”- 의계·가톨릭 “반대”
사후 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약계는 적극 환영하고 있다.
구토나 두통, 월경외 출혈 등 사후 피임약의 부작용이 우려만큼 크지 않고 일반약으로 전환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더 유익하다는 주장이다.
대한약사회는 “사후 피임약은 주로 소비자 판단으로 복용 여부를 결정하고 주요 부작용은 48시간 이내에 사라지고 심혈관계 부작용 등은 1회 복용으로는 나타나지 않는다” 며 “일반약 전환이 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일반약으로 전환할 경우에 대한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원하지 않는 임신 감소를 비롯해 유산 수술 감소, 의료비용 절감 등 유익도가 높았고 우려 사항은 미미하고 오남용에 대한 증거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의료계와 종교계는 현행처럼 전문약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국내에서 시판되는 모든 의약품 중 오남용의 우려가 가장 큰 약 가운데 하나가 사후 피임약”이라고 강조했다.
학회 등은 “사후 피임약의 피임 실패율은 15%로 정상적인 피임법보다 높아 원치 않은 임신과 낙태율을 낮추는 효과가 없음이 이미 여러 나라에서 입증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일반약으로 전환되면 사전 피임에 소홀해 오히려 낙태 위험이 늘고 콘돔 사용 감소로 성병이나 여성 골반염 등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가톨릭은 사후 피임약은 단순 피임약이 아니라 인간의 생명을 침해하는 ‘낙태약’이라며 일반약 전환에 반대하고 있다.
천주교 청주교구 생명위원회는 “사후 피임약 복용은 낙태 시술과 마찬가지로 윤리적인 악행”이라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편리성을 이유로 일반약으로 전환하는 것은 식약청이 여성 건강과 생명 문화 정착보다 약계의 영업 이익을 우선하는 것”이라고 보건당국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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