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가격에 입주할 수 있는 공공 임대 아파트가 요즘 인기다. 사진은 그린벨트 지역에 지어진 경기도 의왕 청계 국민임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 = LH> |
#2. 대기업에 다니는 임모(42)씨는 지난해 가을 서울 강동지역에서 공급된 장기전세주택(시프트·전용 114㎡)을 분양받았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정도는 치를 수 있지만 이왕이면 저렴한 가격에 좀 더 넓은 곳에서 살자는 심산이었다.
임대주택이 재조명되고 있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임대주택은 돈이 없는 서민들이 비좁은 공간에서 겨우 살 수 있는 곳 정도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주택 기술 발달과 복지 수준 향상으로 임대주택의 품질과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요즘에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임대주택에 당첨된 것이 자랑거리가 될 정도가 됐다.
정부도 임대주택 공급 확대 및 임대사업 활성화 등을 추진 중이어서 앞으로 임대주택의 활용 가치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저렴한 가격이 매력…청약자 몰려
임대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SH공사 등 공기업이 주로 공급한다. 민간업체가 공공택지개발지구에 짓기도 한다. 30년간 무주택 서민에게 공급하는 국민임대와 분양 전환이 가능한 5·10년 임대를 비롯해 50년 임대, 영구 임대, 장기전세 등이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싼 보증금과 임대료다. LH가 오는 11일부터 예비입주자를 모집하는 인천 영종지구 A29블록 국민임대의 경우 가장 큰 전용 51㎡이 보증금 2600만원에 월 임대료 16만2000원선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서울 알짜 지역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SH공사가 올 3월 공급한 시프트의 경우 개나리SK뷰·래미안 그레이튼 등 강남권의 신규 공급 단지들이 포함됐다. 이중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SK뷰 전용 84㎡의 경우 전세금이 4억1200만원이다. 이는 인근 같은 크기의 아파트 전셋값보다 1억원 가량 싸다.
임대주택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도 한몫했다. 과거 임대주택은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싸구려 주택'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고급 마감재가 사용되고 조경ㆍ설계 수준 등도 향상되면서 민간 아파트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품도 다양화…활용 가치 '쑥'
6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임대주택 재고는 우리나라 총 주택의 8.1% 가량인 145만9513가구다. 2003년 104만6000여가구보다 1.5배 가량 늘었다.
국토부 주거복지기획과 관계자는 “2009년 이후부터 보금자리주택사업이 본격 추진되고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 및 매입임대 사업이 늘면서 임대주택 재고도 급증했다”며 “늘어난 임대주택만큼 혜택을 보는 서민들도 많아 전·월세시장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류도 다양해졌다. 2006년에는 LH 등이 전세 계약을 체결해 재임대하는 전세 임대가 생겨났고, 2008년과 2009년에는 10년 임대와 장기전세주택이 각각 공급됐다.
특히 향후 분양 전환이 가능한 임대아파트의 경우 시세보다 싼 금액에 5~10년 임대한 후 분양을 받을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분환 전환 가격은 통상 주변 시세의 70~80% 수준에서 책정되는 만큼 향후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정부도 오는 2018년까지 150만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을 차질 없이 공급하는 등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품질 향상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분양 주택과 다양한 임대주택을 함께 공급해 계층간 통합('소셜 믹스')을 추진하는 한편 통합형 부대복리시설 설치 및 사회적 기업 입주 등의 편의 증진 방안도 마련했다. 개방형 발코니 등 새로운 디자인 적용을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임대사업 활성화도 눈길을 끈다. 다주택자 등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세제 감면 혜택(양도세 중과 배제, 종부세 비과세, 주거용 오피스텔 재산세·취득세 감면 등)을 줘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자는 것이다. 이에 힘입어 민간 임대사업자는 지난해 3만9326명으로 일년 새 4789명이나 늘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주택 시장이 활성화되면 장기 임차제도와 월세 보증제도, 임대주택 관리 등 다양한 임대사업들도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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