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일 4대강 사업과 관련해 8개 건설사에 과징금 1115억원 부과라는 제재조치를 내렸다. 나머지 8개 건설사에는 시정명령, 3개사에게는 경고조치가 취해졌다.
공정위의 이날 발표에 건설업계는 초상집 분위기다. 부동산시장 침체와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악재 속에 울며 겨자먹기로 맡았던 4대강 사업이 건설사들의 목을 조이고 있어서다.
더구나 4대강 사업은 결국 적자 시공으로 끝나 건설사들의 수익구조에 큰 부담을 안겨줬다. 정부 눈치보기에 급급한 건설사들로서는 일단 말을 아끼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대형사 위주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해 담합 의혹을 받아온 19개 건설사가 5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115억원의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를 받았다. 사진은 대림산업이 시공한 한강 이포보 전경. [사진 제공=국토해양부] |
건설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4대강 사업은 당초 민자사업으로 추진된 것으로, 국가 재정사업으로 바뀌기 전부터 대형 건설사들이 컨소시엄 구성 때문에 모임을 가졌던 것이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낙찰가가 예정가 대비 90%를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당초 예정가가 너무 적어 적자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입찰금액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고도 주장한다.
A건설사 공공사업담당 임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국책사업에 적극 협조한 것이 결국에는 담합으로 몰려 처분받게 되는 상황에 놓였다"며 "처음부터 정부가 사업비를 너무 적게 잡아 하기 싫은 공사를 울며 겨자먹기로 한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B건설사 홍보 임원은 "그렇지 않아도 적자 시공으로 속앓이를 한 마당에 담합 혐의로 과징금까지 물게 돼 억울한 측면이 많다"며 "당시 업체들 사이에서는 예정가가 너무 적어 낙찰가가 높아지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왔었는데, 이를 담합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아직까지 대책 마련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일단 일주일 뒤 결정문이 통보되면 대응수위를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C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지난달 건설사들의 입장이나 억울한 부분을 공정위에 피력했는데 제대로 반영이 안 돼 안타깝다"며 "일단 이번 결정에 대해 내부 회의를 거쳐 대응방안을 마련하겠지만 송사까지는 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으로 2000억원 이상 적자
건설업계에 따르면 4대강 1차 사업 15개 공구의 평균 공사 실행률(공사 계약금액 대비 실제 투입비용)은 106%로, 공사비 100억원당 6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구별로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의 적자를 면치 못한 것이다. 일부 공구는 예정 공사비 대비 10% 이상의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흑자를 낸 곳은 2009년 2월 선도사업으로 발주된 금강살리기 행복1공구(금남보), 대림산업의 한강살리기 3공구(이포보), 삼성물산이 맡은 한강살리기 4공구(여주보)뿐이다. 나머지 13개 공구는 모두 적자인 것으로 파악된다. 적자규모는 약 234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구별로는 현대건설이 시공한 낙동강살리기 22공구(달성보)가 529억7700만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추정된다. 낙동강살리기 18공구(함안보)는 GS건설이 시공을 맡았지만, 433억3000만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한양이 시공한 영산강살리기 6공구(승촌보)도 249억5100만원의 적자가 불가피해 보인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적자폭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지속적인 보수·보강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공사가 대부분 마무리됐지만 지속적인 보수·보강 요구로 추가 공사비가 계속 들어갈 수 있다"며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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