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준영 기자=국내 50대 그룹 가운데 금융위기 이후 자금난을 겪은 동부그룹 동양그룹이 2011년 말 이자비용을 넘어서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수년간 지속한 구조조정 막바지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성 위기감이 커졌던 STX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유진그룹 또한 금융비용을 최대 80% 이상 줄이며 재무개선에 청신호를 켰다.
반면 한진그룹 대한전선그룹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역전되거나 지속했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올해까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했거나 맺은 것으로 알려진 STX 금호아시아나 동부 동양 대한전선 유진그룹 전체 계열사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은 전월 말 대기업집단현황 기준 2011년 1.83배로 전년 1.39배보다 상승했다.
동부 동양 STX 금호아시아나 유진그룹 등 5곳이 높아진 반면 한진 대한전선그룹 등 2곳은 낮아졌다.
이 배율이 1배 이상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음을 나타내며 높을수록 차입상환 여력이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미만인 경우는 반대다.
◆동부ㆍ동양 '터널 끝 보인다'
동부그룹 동양그룹이 1년 벌어서 이자도 못 내는 상황에서 벗어났다.
동부그룹 이자보상배율이 2010년 0.79배에서 2011년 4.91배로, 동양그룹도 0.26배에서 1.38배로 높아지면서 2곳 모두 1배 이상인 상태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동부그룹 전체 계열사는 영업이익을 4263억원에서 5535억원으로 29.83%(1271억원) 늘린 반면 이자비용을 5403억원에서 1127억원으로 79.14%(4276억원) 줄였다.
동양그룹도 마찬가지다. 이 기간 영업이익이 1589억원에서 3569억원으로 124.64%(1980억원) 증가한 데 비해 이자비용은 6089억원에서 2581억원으로 57.61%(3507억원) 감소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유진그룹 또한 차입상환 여력을 키웠다. 이들 그룹은 이자보상배율이 각각 2.13배에서 3.77배로, 1.33배에서 3.31배로 높아졌다. 반면 이자비용은 각각 35.95%(2662억원), 65.61%(1288억원)씩 줄었다.
동양그룹 고위 관계자는 "사업계획 수립시 최근까지 구조조정을 통한 재무개선에 주력했다면 올해 들어서는 성장에 무게를 둘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STX '선제적 재무개선'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렸던 STX그룹은 발 빠르게 진화에 나선 경우다.
STX그룹은 2010년 1.64배에 머물렀던 이자보상배율을 이듬해 9.30배로 끌어올리면서 상대적으로 가장 큰 개선폭을 보였다.
영업이익이 6700억원에서 5150억원으로 20% 남짓 감소한 반면 이자비용을 4098억원에서 553억원으로 90% 가까이 줄인 영향으로 보인다.
STX그룹은 올해 들어서도 재무개선에 대한 노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어 1조원대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TX그룹은 산은 측에 계열사 지분 매각 또는 상장, 해외사업 매각을 비롯한 다양한 재무구조개선안을 제안한 상태다.
STX중공업을 비롯한 비상장 계열사 지분 또는 STX팬오션이 보유한 해외 자원개발법인 지분이 팔릴 것으로 보인다. STX에너지에 대해서는 국내 증시 상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 '발등에 불'ㆍ대한전선 '진행형'
반면 한진그룹은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서 재무구조에 적신호가 켜졌다.
한진그룹 이자보상배율은 2010년 2.18배에서 2011년 0.08배로 하락하면서 1배 미만이 됐다.
이자비용이 같은 기간 9773억원에서 5872억원으로 4000억원 가까이 감소한 데 비해 영업이익이 2조1303억원에서 480억원으로 2조원 넘게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대한전선그룹은 2011년 이자보상배율 -0.62배로 전년 0.05배에 이어 1배 미만인 상태를 지속했다.
이자비용이 2975억원에서 2607억원으로 12.39%(368억원) 줄어든 반면 16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이 났다.
업계 관계자는 "개별 상장사 실적이 좋더라도 모그룹 전체 금융비용이 갑자기 수익을 초과했거나 이를 지속할 경우 유동성 위기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인 상태가 길어질수록 빚을 빚으로 막는 악순환을 심화시킬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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