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글로벌 증시를 짓누르던 우려가 줄어들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태도에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이제 시장 관심은 변화된 태도가 추세적인 것이냐 아니냐다. 아직 우려들이 말끔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관계자들의 잇단 발언으로 대책 마련 기대감이 높아진 만큼 최근 진행됐던 외국인 매도세가 다소 잦아들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하루에만 37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순매수하면서 지난 3월 14일 5300억원대의 순매수를 기록한 이후 세 달여 만에 최대 규모로 사들였다.
이들은 지난 5월 한 달 동안 29일과 30일 2거래일을 제외하고는 내내 '팔자'로 일관해 왔으며, 이후로도 4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거듭해온 바 있다. 5월 이후 전날까지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4조5980억원에 달했다.
이날 외국인은 현물뿐만 아니라 선물도 대량으로 사들였다. 지수가 50포인트 이상 급락한 지난 4일 9951억원 등 이달 들어 종가 기준 1조6340억원어치의 선물을 순매수했다. 이날도 3400계약 이상 사들였다.
옵션거래인 프로그램 매매에서도 순매수가 유입됐다. 지난 4일부터 시작됐던 프로그램 매매 순매수는 사흘째 이어지면서 1조2500억원 가까운 자금이 들어왔다. 특히 이날에는 모처럼 비차익거래에서 3000억원이 넘는 순매수가 이어지면서 전체 프로그램 매매에서도 순매수를 기록했다. 그동안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서 쏟아졌던 순매도 자금이 대부분 비차익거래를 통해 나왔다는 점에서 이날 비차익거래 순매수는 인상적인 금액이었다.
전문가들은 유로존 불안 및 미국 지표 부진의 문제가 말끔히 해소되진 않았지만 관계자들의 잇단 발언으로 대책 마련 기대감이 높아진 만큼 최근 진행됐던 외국인 매도세가 다소 잦아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로존 문제 해결이 쉽진 않겠지만 관계자들이 해결을 위해 다가가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시장에 신뢰를 주려 하는 모습"이라며 "외국인들이 그동안 보여줬던 매도 우위 매매기조에 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현물 순매도의 무게중심을 바스켓에서 개별종목으로 옮기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이러한 태도 변화는 사실상 추가 하락보다는 상승 제한으로 시선을 바꾼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보통 비차익매수와 함께 차익과 개별종목 또한 매도세가 정체되는 등 이런 외국인의 수급 변화는 지수의 상승 가능성을 높여주는 근거가 된다.
지난 4월 9일부터 시작된 외국인 현물 순매도는 61%가 비차익 프로그램이었고, 개별종목은 11%에 불과했으나 직전 3일은 개별종목이 50%로 급증한 반면 비차익 프로그램은 39%로 줄었다.
심상범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바스켓 매매와 달리 개별종목은 회전이 심해 순매도는 산발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이것이 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추가 하락보다는 상승 제한"이라고 분석했다.
장기투자 펀드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미국계 자금의 매도세가 둔화됐다는 점도 외국인 매매기조에 변화를 예상케 하는 부분이다. 미국계 자금은 지난달 21일 이후 2724억원 순매수하고 있다.
최근 환율이 크게 올라 추가 상승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홍순표 BS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원·달러 환율의 경우 1190원 부근이 주요 저항선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현 수준에서 추가로 크게 오르기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며 "지난달 나왔던 외국인 매물 가운데 환차손을 피하기 위한 매물도 일부 포함됐던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 순매도 강도는 약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