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억짜리 타워팰리스 30억에… 강남 고가주택 굴욕의 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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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6-0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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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 침체 못 견딘 주택 경매 속속 등장<br/>낙찰률 및 낙찰가율 하락세 이어져

주택시장 장기 침체로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들이 경매 매물로 많이 나오고 있지만 낙찰 성적은 신통치 않다. 사진은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주상복합단지 전경.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1. 고가 아파트 대명사이자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이 단지 전용 218㎡는 지난 4월 감정평가액 38억원에 첫 경매가 진행됐으나 유찰됐다. 이어 지난달 진행된 2차 입찰에서 30억400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평가액보다 무려 7억6000만원이나 떨어진 가격에 팔린 것이다.

#2. 서울 도곡동 대림아크로빌 전용 172㎡는 지난달 1일 감정가 16억원에 입찰에 부쳐졌으나 응찰자가 한명도 없었다. 이에 따라 이달 진행될 입찰(최저입찰가 12억8000만원)에서 새 주인을 기다려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가 경매시장에서 찬밥신세다. 경기 불황과 주택시장 장기 침체로 경매 처분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 한 차례 유찰은 기본이고 2~3회 유차 사례도 적지 않다. 이렇다보니 강남권 고가 아파트의 낙찰률(경매 진행건수 대비 낙찰건수의 비율)은 물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강남 고가 아파트 경매 잇달아

경매정보업체인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최근 들어 법원 경매시장에 강남 고가 아파트 물건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경매로 나온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소재 감정가 9억원 이상 아파트는 13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7건)보다 크게 늘었다.

강남 재건축의 상징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오는 14일 하루 동안 4가구가 경매시장에 나온다. 이 중 한 물건(전용 107㎡)은 한차례 유찰돼 감정가(11억7000만원)보다 2억34000만원 떨어진 9억3600만원(최저가)에 경매 진행된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아파트 전용 134㎡(감정가 23억원)도 두 차례 유찰된 상태로 이달 28일 응찰자를 기다린다. 최저 매각가는 14억7200만원으로, 감정가 대비 64% 수준이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초고가 주택은 보통 불황의 마지막 단계에서 경매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부자들도 부동산 및 경기 침체의 영향권에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 고가 대형 주택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지만 응찰자가 많지 않아 낙찰률과 낙찰가율은 갈수록 하락세다. 낙찰률은 지난 1월 34.3%에서 지난달에는 21.6%로 떨어졌다.

낙찰가율도 지난 5월 올 들어 최고치인 79.43%를 기록했을 뿐 한차례도 80% 이상을 넘어서지 못했다. 일반 매매시장에서 고가 아파트값 약세가 지속되고 가격 상승 전망도 밝지 않자 강남권 고가 주택 경매 수요도 크게 감소한 때문이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수십억원대 주택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낙찰가율도 낮아지게 된다"며 "시세의 60%대에 낙찰되는 사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매로 강남 고가 주택 잡아볼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금이 거품이 많이 걷힌 강남권 고가 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적기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경매시장에서 유찰이 되면 최저 매각가격이 10%, 20%씩 낮게 책정이 되는데, 고가주택은 10% 떨어질 때마다 몇 억원씩 하향조정되기 때문에 향후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도 "골짜기가 깊으면 봉우리도 높다는 말이 있듯이 집값 하락 뒤에는 반드시 상승 장세가 온다"며 "몇 차례 유찰돼 일반 급매물보다 싼값에 나온 아파트라면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반론도 만만찮다. 시세보다 싸다고 무조건 낙찰받았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요즘 경매시장에 나오는 강남권 고가 대형 주택은 수요층이 얇아 설령 부동산시장이 회복되더라도 가격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환금성도 떨어져 나중에 되팔 때 애를 먹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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