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유로존은 4년전 미국 위기 극복 배워야

아주경제 송지영 워싱턴 특파원=유로존 재정 위기가 9일(현지시간)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으로 중대 위기에 직면했다. 스페인은 유로존에서 네번째로 큰 경제 규모이며 재정 위기로 유로존 탈퇴까지 거론되고 있는 그리스의 다섯 배에 이르는 크기로 충격의 후폭풍이 작지 않을 것이다.

유로존 위기가 이렇게 ‘예정된 수순’으로 진행되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리스, 스페인 등 이들 국가들의 재정 위기가 심각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구제금융을 신청하든지, 더 나아가서는 국가 파산 수준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은 수도 없었다. 결국 스페인이 무너지면서 유로존은 이번 기회에 해결책을 찾아 새로운 발전을 도모하든지, 아니면 일부 국가들의 유로존 탈퇴로 시작되는 와해 단계를 밟을지 결정될 전망이다.

유로존 위기를 지켜보면 수년전 미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철퇴를 맞고 수렁으로 빠져들었을 때가 생각난다. 당시 미국 경제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이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대형 금융회사들이 넘어졌고, 정부는 수조 달러 규모의 대책을 마련해 시행했지만,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는 시장의 광기는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약 4년이 지난 지금 미국 경제는 치유기를 거쳐 회복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경제는 미약하지만 꾸준히 성장세를 타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수조달러의 공적자금을 받은 은행들은 일부만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립에 성공했다. 정부의 간섭이 싫다며 벌써 공적자금을 갚어버린 은행들도 있다.

17개 서로 다른 국가들이 같은 통화만 사용하는 유로존과 미국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유로존 출범의 취지는 바로 하나된 유럽, 서로 다른 주(state)가 대표를 내보내 연방 정부를 꾸린 바로 미국과 같은 모습을 지향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유로존이 지금 흔들리고 있다 .미국과 같은 대규모 단일 통화권, 경제권을 제대로 꾸리기는커녕, 이제 걸음마를 떼어야 할 나이에 중병에 걸려 입원한 것이나 다름 없다.

유로존은 미국 경제의 위기 극복 과정에서 배울 것이 분명히 있다. 무엇일까. 간추려보면 미국 경제는 중앙정부의 리더십이 있었다. 2008년 리만브라더스가 무너지면서 신용 위기가 오자 연준(Fed)은 정부와 협력해 여러 차례에 걸쳐서 13조달러에 이르는 돈을 시장에 쏟아 부었다. 이들 자금은 머니 마켓은 물론이고, 소비자 신용, 주택 금융 및 상업 여수신까지 파고들었다.

재무부도 뒷짐지고 있지는 않았다. ‘TARP’로 불리는 불량자산구제프로그램을 만들어 무려 7000억달러를 쏟아 부었다. 이 자금을 통해 신용위기로 목숨이 위태로웠던 은행들이 산소호흡기 조치를 받은 듯 지금의 제2의 생명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유로존은 현재 중앙집권적인 정부가 없거나 은행(ECB, 유럽중앙은행)도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리더십을 가진 독일, 프랑스 등의 국가들이 서로 다른 이해 관계 때문에 답을 알면서도 실천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러다 보면 조만간 무너지는 국가가 생긴다' '중대 위기가 온다' '유로존이 와해될 수 있다'고 아무리 우려를 해도 지금껏 유로존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결국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칼에 이어 스페인이 무너졌다.

따라서 유로존은 더욱 규모가 큰 구제 펀드를 만들고, 과감하게 수혈할 수 있는 중앙은행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로존의 여러 정부가 입으로만 유로존 사수를 외칠 것이 아니라,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유로존을 살려 놓고 봐야 할 것이다.

이달 유로존 재정장관회의 등 굵직한 모임들이 잡혀 있다. 일각에서는 이달에 유로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본다.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한 마당에 훨씬 공격적이고 과감한 회의 결과와 해법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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