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을 알아본 결과 이 분양권은 일반분양 몇달 전 조합원에게 분양된 매물이었다. 최근 주택 경기 침체로 시세가 잘 오르지 않자 추가분담금을 내야 하는 조합원들이 일반분양 시점에 맞춰 분양권을 시장에 내놓고 있는 것이다.
조은상 닥터아파트 팀장은“집값이 오를 것 같으면 조합원들이 분양받은 집을 계속 보유하겠지만 계속 떨어지다보니 현금화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라며 “최근 재건축 아파트 청산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일반에 분양됐던 '아현 래미안 푸르지오'(아현뉴타운3구역)의 경우 분양가가 수천만원 더 저렴한 조합원 물량이 일반분양 물량보다 3배 더 많았다.
정씨가 사려했던 전용면적 59㎡의 경우 4억9000만원에서 5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일반 분양가가 5억30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000만원이 더 저렴한 편이다. 이 아파트는 조합원에게 3억8000만원에 공급됐다. 조합원은 이 아파트를 분양 받은 후 1억2000만원 정도의 차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인근 희망공인 대표는 “조합원이 2400여명에 달하다보니 조합원 매물도 많이 나온다”며 “중대형 아파트는 일반분양가보다 몇천만원씩 더 저렴하다”고 전했다.
서초구 서초동 롯데캐슬 프레지던트 전용 85㎡의 조합원 매물도 현재 9억6000만원 선에서 중개업소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일반 분양가 11억3000만원 보다 1억5000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이다. 실수요자 측면에서는 아파트를 고를 수 있는 선택 폭이 넓어지는 셈이다.
반면 조합원 물량이 대거 풀림에 따라 건설업계는 청약 성적이 저조해 울상이다. 한 대형건설사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기껏 조합과 협상해 분양가를 낮게 책정해도 조합원들이 더 싼값에 팔아 결국 조합원 물량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조합원 분양권 매수시 주의해야 할 점도 많다. 조합원 매물은 대부분 일조권과 조망권이 좋은 로열동과 층이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수요자 입장에서는 한꺼번에 목돈을 마련해야 한다. 일정한 시기를 두고 중도금과 잔금 등을 나눠내는 일반분양과 달리 조합원 분양권은 한번에 수억원대의 돈을 치러야 한다.
또 집 주인이 추가분담금을 냈는지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관리처분 이전에 조합원 물량을 사게 될 경우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하는 등 여러가지 변동이 있을 수 있다”며 “물건이 싸다고 쉽게 잡기보다는 여러가지를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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