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코스피가 유럽과 미국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급반등하자 증권사 영업지점으로 “전날 하락장에서 저가 매수한 주식을 팔아야할까요” “지금 사야하나요”라고 묻는 일반 투자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실제 개인투자자들은 지수가 1783선까지 내려갔던 지난 4일부터 이후 내리 ‘팔자’세를 이어가면서 83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순매도했다. 지수가 1782~1840선 부근이었던 구간에서는 1조원 이상을 사들였던 개인들이 최근 주가 반등세를 틈타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고액자산가들은 월말까지 대기하고 있는 정치적 이슈들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라는 문의를 더 많이 했다. 한국투자증권 강남센터의 윤재원 차장은 큰손들이 지난 7일 급반등 장을 비교적 차분하게 맞이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글로벌 증시를 짓누르던 우려가 줄어들면서 전 세계 증시가 들썩거렸지만 부자들은 냉정했던 것.
특히 일부 증권사 PB들로부터 “사태를 보는 침착함은 전문 PB를 뛰어 넘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집나간 외국인까지 불러 들였던 경기 부양 기대감에도 부자들이 담담한 이유는 학습효과다. 지난해 8월 폭락장 때도 월말에는 미국이 새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훈풍이 불었지만, 9월 들어 다시금 1650선까지 추락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우려들이 말끔히 해소된 것이 아니라 6월 말까지는 그 결과를 확인한다는 의견도 많았기에 더욱 냉정할 수 있었다.
또한 1800선 아래에서 분할 매수를 해놓은 상태라는 것도 차분함에 일조했다. 1750선 부근을 바닥이라고 인식하고 있어 지난 5월부터 이달 초반까지 1800선을 밑돌 때마다 우량주를 사들였다는 것이 PB들의 귀띔이다. 현주미 신한금융투자 PWM압구정센터장은 “코스피가 지난 5월 중순 7% 급락하던 당시 고객들로부터 가격 메리트가 발생한 구간이 아니냐는 문의를 많이 받았다”며 “당시 시장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우량주를 꾸준히 분할 매수했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바닥에서 매수를 결정했던 만큼 이후 회복장세를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자산가 전용 PB센터에는 이전에 비해 문의 전화도 많지 않았다. 윤 차장은 “지난해 8월 폭락장에 비해 문의 전화도 절반 이상 줄었다”며 “자체적으로 투자 판단을 하는 자산가들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부자들 시선은 유럽 위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으로까지 확장돼 있었다. 부자들은 유럽 위기가 미국으로까지 확산될지 여부가 투자 전략의 핵심 고려 요소로 삼고 있다. 한은경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 PB팀장은 “고객들은 유럽 위기가 미국으로 확산될지 여부에 더 주목하고 있었다”며 “확산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우량주를 분할 매수했었던 만큼 더욱 관심이 미국의 각종 지표들에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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