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수익구조에 비상이 걸렸다. 주요 수입원인 주식, 회사채, 기업공개(IPO) 등 자본시장 주요 영역이 동반 침체 양상을 보이는 대신 돈이 안되는 주가연계증권(ELS)만 호황인 상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라는 이야기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 브로커리지 이어 기업금융까지 ‘빨간불’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보통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거래대금 합계치가 8조5000억원이 넘으면 증권사가 손익분기점을 넘겨 수익을 남길 수 있는데, 2012회계연도에 들어서 지난 3월부터 5월까지는 월 평균 거래대금이 이를 하회했다. 특히 5월에는 2조원 이상 못 미치는 6조2205억원(유가증권시장 4조6606억원·코스닥시장 1조5599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만큼 올해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을 의미한다. 국내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수익기여도는 40% 수준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에게는 거래대금 감소가 제일 무서울 수밖에 없다.
브로커리지를 구성하는 또 다른 부분인 법인영업도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주식시장 침체가 본격화됐던 지난달에는 업계 1, 2위인 증권사 법인영업이 적자를 기록했다는 얘기까지 업계 관계자들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이어 주 수익원으로 손꼽히는 회사채시장과 IPO시장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들어 신규상장사는 9개사에 불과하다. 또한 지난달부터 신규 상장된 회사는 단 1개사도 없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신규 상장된 회사는 모두 28개사였다. 올해 최대어로 예상됐던 현대오일뱅크는 실적 악화에 시장 불확실성이 커져 또다시 연기될 가능성이 높고, 산은지주도 국회 동의 절차라는 걸림돌을 맞이한 상태다. 카페베네의 올해 상장도 물 건너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5월 회사채 발행액도 3조2653억원으로 지난해 5월(7조6585억원)과 비교하면 57%나 감소했다. 지난 2010년 7월(3조2069억원)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다. 발행비용이 늘어나는 데다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꺼리고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사실상 제대로 된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분야가 없는 것이다.
◆ 돈 안되는 ELS·MMF로만 쌓이는 자금 ‘원망’
주식시장을 외면한 돈은 주가연계증권(ELS)와 머니마켓펀드(MMF)에 쌓이고 있다. 특히 ELS는 1분기 13조1000억원이 발행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고, 4월에는 무려 4조8000억원어치나 판매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1%나 늘어난 수치다.
올해 초 53조원 수준이었던 MMF 잔고도 지난 5일 74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5월18일에는 75조원 근처까지 늘어났는데, 이는 지난 2011년 1월 이후로 가장 많은 잔고였다.
하지만 이들 상품 판매로 인한 수익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형 ELS의 수수료율은 1~2%에 달하지만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모형(기관이 주로 매수)은 0.5%에 그친다. 전체 발행된 ELS의 수수료율 평균은 0.7%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MMF는 개인형의 경우 0.45% 수준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브로커리지 부진으로 어디선가 수익은 내야 하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ELS 판매에 열중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업계 내부에서 2분기 적자 공포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곡소리 나는 증권사가 대부분”이라며 “2분기 실적이 아직 정확히 나온 것은 아니지만, 크기가 있는 증권사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마저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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