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가전시장에서 빠른 점유율 상승을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기업의 사세 확장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가전업체 월풀의 본사와 공장이 각각 위치한 미시간과 오하이오 등 2개 주(州) 상원의원 4명은 이달 초 존 브라이슨 상무장관에게 ‘한국 업체에 대한 강력한 덤핑 조사를 촉구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서한에서 “한국과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세탁기에 대한 반덤핑과 보조금 관련 조사를 진행할 때 무역법규를 엄격하게 적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업체들의 환불·할인 등 가격정책과 함께 재벌시스템, 대·중소기업 하청 관행 등이 세탁기 수출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도 요구했다.
또한 최근 기각 판정이 난 한국 업체들의 하단냉동고형 냉장고 덤핑 조사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도 이번 조사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일부 상원들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해 말 “삼성전자와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이하 대우일렉) 등이 한국과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한 세탁기가 미국 시장에서 덤핑판매 되고 있다”는 월풀의 제소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상무부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덤핑 제소건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보조금 지급으로 국제 무역 법규를 위반했다고 예비 판정했다”고 밝혔다.
상무부가 고시한 상계관세율은 대우일렉이 70.58%로 가장 높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1.20%, 0.22% 수준이다. 다음달에는 반덤핑 과세 부과를 뒤한 덤핑 예비판정이 예정돼 있다.
대우일렉 관계자는 “워크아웃 기업이라 정부 공적자금 투입된 것 뿐인데, 이를 보조금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억울한 측면이 많다”며 “미국 내 점유율이 높지 않아 자국 내 산업 피해는 인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 법인을 통해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고 설명했다.
미국 상부부는 지난 3월에도 월풀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하단냉동고형 냉장고에 대해 제소한 것과 관련해 월풀의 손을 들어 준 바 있다.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 각각 30.34%와 15.95%의 반덤핑 과세를 부과키로 했지만, 지난달 미국 ITC가 산업 피해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사안이 종결됐다.
최근 미국 내에서 불거진 한국산 가전제품의 덤핑판매 논란은 미국 업체들의 위기 의식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통적으로 미국과 유럽 브랜드가 강세인 세계 생활가전시장에서 한국 가전업체의 위상이 상승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냉장고는 각각 시장점유율 14%, 12%를 차지하며 4위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에어컨에서는 LG가 15%로 2위, 세탁기에서는 LG와 삼성이 각각 21%와 17%를 기록해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미국 내 소비자 만족도 평가에서도 삼성과 LG전자는 세탁기 분야에서 1000점 만점에 각각 834점과 827점을 기록하며 1,2위에 올랐다. 냉장고 부문 역시 삼성전자가 2위, LG전자가 3위를 기록했다.
반면, 월풀은 세탁기 시장점유율(16%)에서 삼성·LG에 밀려 3위를 기록했다.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도 의류건조기 부문(2위)를 제외한 다른 품목에서 3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LG의 위상이 높아지는 데 대한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며 “이번 서한 발송 건 경우엔 월풀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경기 침체기에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전방위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