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농협금융지주 회장 선임 왜?

아주경제 김정우 기자= 최근 신충식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농협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했다. 하지만 금융지주는 비공개 및 속전속결로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그 배경에 ‘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농협금융은 지난 11일 본사 이사회를 열어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했다. 회추위는 사외이사 2명, 추천 인사 1명, 이사회가 정한 외부 전문가 2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됐다.

현재까지 회추위원에 대해 알려진 바는 전혀 없다. 금융지주가 회추위와 관련된 전반 사항을 비밀에 부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언론보도 등을 통해 현 사외이사인 박용석 법무법인 광장 대표와 허과현 한국금융신문 편집국장이 회추위원에 포함됐다고 밝혀진 바 있으나 이 역시 확인되지 않은 추측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농협 금융지주 관계자는“사외 이사 4명 가운데 2명이 포함된 것은 사실이지만 누구인지 확인되지는 않았다”며 “사외 이사를 그만두기로 한 이만우 의원(새누리당)과 이장영 한국금융연수원장의 사표처리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이 회추위원으로 선정됐을 지도 모르는 일 ”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지주 이사회 내부 관계자 역시 현재로선 위원장들을 직접적으로 알지 않는 이상 회추위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내부직원들 조차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농협 노조를 비롯한 일부 여론에서는 이 같은 비밀 위원회 구성이 친정부 인사를 회장직에 앉힘으로써 금융지주 관치화를 이루기 위한 '통과 의례'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금융지주는 회장이 선출된 이후에도 회추위 구성원을 비롯한 회장 선출과정 및 방식을 일절 비밀로 유지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농협 노조의 한 관계자는 “(회장 추천과 관련한) 외부 압박 등을 고려해 현재로선 회추위 구성원을 밝히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회장이 선출된 이후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꼼수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금융지주 관계자는 “(회장 선출 과정을 비밀에 부치는) 정확한 사유를 모르겠다”고 밝히며 “내부 회의 결과 결정된 것으로만 알고 있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회추위는 회장 후보군을 추려 빠르면 이달 안에 신임 회장을 선출한다는 방침이다. 타 금융지주가 회장 선임에 최소 한 달 반 이상이 걸렸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금융지주의 회장 선임 절차는 초고속이라 할 수 있다.

신임 회장 후보로는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권태신 전 국무총리실장, 이철휘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 김태형 전 농협신용부문 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때마다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물들로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지주 관계자도 "위 거론된 후보들은 지난 3월 신 회장 취임 당시에도 거론됐던 후보들"이라며 "회추위는 최대한 오픈된 상황에서 후보들을 추천받는 것으로 안다. 위의 후보들이 어디서 어떤 연유로 거론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농협 금융지주 회장 선출과 관련해 한 발 물러서 관망한다는 방침이다.

박범수 농식품부 농업금융정책과장은 “안 그래도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이 많아 시끄러운데 어떤식으로든 개입하는 모양새로 보이면 더욱 의혹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어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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