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한국, 인도, 말레이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스리랑카, 터키, 대만 등 7개국을 미국 국방수권법에 따른 제재 예외국가로 결정했다"며 "이들 국가는 지난 3월 발표한 11개국과 같이 (제재) 예외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오는 28일부터 적용되는 이란산 원유 수입에 따른 미국의 금융제재를 180일간 면제받게 되면서 국내의 원유 수급 상황이 당분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이 같은 결정에도 한국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유럽연합(EU)의 이란산 원유 수송선박의 '재보험 제재' 때문이다, EU는 7월 1일부터 이란산 원유를 수송하는 모든 유조선에 대해 보험 제공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이란과 중동지역 원유 수입에 필요한 보험의 90% 이상을 유럽계 재보험회사에 의존하고 있다. EU가 보험 제공을 중단할 경우 국내 해운사들은 사실상 원유 수입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란산 원유 수송 유조선에 대한 보험제공 중단 문제는 오는 25일 열리는 EU 외무장관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예외적용 국가 명단에 중국이 제외되면서 국제사회에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중국은 최근까지 편법으로 이란 원유를 계속 수입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클린턴 장관은 이번 제재가 이란의 핵무기 포기를 유도하고 규제 의무를 준수하도록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산 원유 판매 감축을 통해 이란 지도자들에게 단호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중국의 수요를 유지하기 위해 대대적인 할인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의 경제리서치업체인 로듐그룹의 트레버 하우서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 이란이 취할 수 있는 옵션이 줄어들면서 중국을 비롯한 다른 수입국에 매력적인 가격과 조건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정부는 지난해 12월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에 대해 오는 28일부터 미국과 금융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이란산 원유 수입을 상당히 줄였다고 인정된 국가는 제재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국제 원유시장의 공급이 충분한 상태라고 밝혀 이란제재법을 강행할 것으로 전망됐다. 백악관은 "최근 에너지정보청(EIA) 보고서에 따르면 원유시장의 공급부족 현상은 1, 2월에 비해 3, 4월에 완화됐고, 이런 추세가 5월에도 계속됐다”면서 “일부 공급차질이 있었으나 이란 이외 국가들의 생산 확대와 수요 감소로 인해 시장불안은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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