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규용 장관 1주년 인터뷰> “농민과 소통이 선진농업 진입 지름길”

-농식품부 장관 취임 1년, 선진 농어업 발전 기틀 마련에 가장 큰 역점
-보조·지원 보다 농민들이 스스로 자립하도록 정책 펼쳐야만 선진농업 진입 가능
-FTA는 반드시 필요…한·중 FTA도 정확한 협상 및 보완대책 마련하면 문제 없어
-한식(K-food), 10년 내에 전 세계인들의 사랑 받을 것
-신뢰와 소통 위한 노력 불구 ‘정치 농민’ 있다는 점 아쉬워

아주경제 김정우 기자= 농촌에서 태어나 어릴적부터 우리 농업·농촌의 어려운 현실을 보고 자라면서 농어업인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던 서규용(64)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지난해 6월 2일 제60대 농림식품부 장관으로 취임 하면서 인생 최대의 목표를 향해 달려간지도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서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농정은 현장’을 외치며 주말조차 반납한 채 농어업인들과 얼굴을 맞댄 채 호흡해왔다.

그는 13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부와 지자체, 농민이 함께 소통하는 것만이 대한민국이 선진농업으로 진입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소통을 밑거름삼아 시설, 자본 집약적 농업이 바탕이 되는 선진농업 대열에 진입함으로써 활기 넘치고 잘사는 농어촌을 이룩함과 동시에 한식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 그의 남은 목표다.

서 장관은 “유례없는 발전을 통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저력이라면 올해 위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일이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지난 1년 동안 정책에 있어서 가장 역점을 두었던 부분은 무엇인가.

▲ 취임 시 평생 농림행정가로 살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모두 쏟아 부어 기대에 부응하고, 우리 농식품 산업과 농어촌의 발전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이루어 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때문에 지난 1년 동안 ‘다함께 잘사는 행복한 농어촌을 건설’하기 위해 우리 농어업이 선진 농어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데 가장 큰 역점을 두었다.

향후에도 역시 주요 농정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는 데 역점을 둘 계획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농어업·농어촌 및 식품산업의 발전 방향을 구체화할 것이다.


-실질적으로 농민들이 잘살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 근본적으로 정치와 농업을 연관시키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진짜 농어민들이 필요한 것을 정책으로 풀어줘야 한다. 올해 우리농업이 선진농업으로 진입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선진농업으로의 진입은 현재와 같이 농어민들에 대한 지원 및 보조를 통해서는 절대 달성할 수 없다. 농민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펼쳐야만 선진농업으로의 진입이 가능하다.

우리농업은 앞으로 농민이 자부심을 가지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농업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보조금 보다는 장기저리 등의 정책을 통해 이를 실현할 수 있다. 농민들이 시위하고 아우성친다고 해서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정책을 펼친다면 우리 농업의 발전은 없다고 생각한다. 농업이 정치의 일환으로 이용될 뿐이다.


-경제구조가 선진화가 될 수록 농어촌은 공동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있다면 무엇인가.

▲ 산업의 경쟁력은 사람이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간에 사람이 일을 잘하면 그 기업이 잘 될 수밖에 없다. 농업도 마찬가지다. 후계자 육성책을 강화해 농어촌에 젊은 인재들이 몰리도록 해야만 우리 농어촌이 발전할 수 있다.

최근 농수산대학의 인원이 1558명에서 1750명까지 늘어나는 등 농업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점차 증가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농수산대학의 경우 졸업자의 80%가 농촌으로 간다. 조사결과 이들의 평균 연소득은 무려 6500만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0대 기업 평균 연봉인 6200만원보다도 많은 수치다.

이에 정부는 최근 강진농업고등학교를 농업 분야에서 전국 처음으로 마이스터고로 전환시키는 등 농어촌 후계자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 및 귀농·귀촌을 지원함으로써 농어촌 공동화 현상을 막고 인재들이 모일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최근 전국에 귀농·귀촌 바람이 불고 있다.

▲ 지난해 전국 귀농·귀촌 가구 수가 사상 처음으로 1만 가구를 돌파하는 등 귀농·귀촌이 도시인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농촌체험마을 등을 방문해보면 마을 리더 가운데 50%가 귀농·귀촌한 이들이다. 이들은 도시에서의 사회적 지위를 바탕으로 농촌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며 마을의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 역할을 하고 있다.

때문에 귀농·귀촌자들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더욱 농촌에 발전 및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이를 위해 농촌진흥청에 귀농·귀촌 종합센터(직원수 34명)를 개설해 귀농·귀촌 희망자들에 대한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다양한 지원책을 통해 귀농귀촌 붐을 지속적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귀농·귀촌인들의 이탈률은 얼마나 되는가?

▲지난해 귀농·귀촌 인구의 이탈률은 5% 정도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폐업률에 비하면 5%는 결코 많지 않은 수치다. 한 가지 충고하고 싶은 것은 귀농·귀촌은 꿈이 아니라 현실임을 보다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귀농·귀총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집안에서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부부간의 합의는 물론 자식들과도 반드시 합의해야 한다. 가족들이 귀농·귀촌을 반대하는데 혼자 귀농·귀촌을 원한다고 해서 농촌으로 가면 결국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마을 사람들과의 인화 또한 중요하다. 도시에서의 사회적 지위를 모두 잊고 마을 주민들과 동화될 필요가 있다.


-우리 농업이 발전하기 위한 구체적인 모델을 제시한다면.

▲ 토지이용만으로는 우리 농업이 절대 농업선진국 반열에 올라설 수 없다. 네덜란드와 덴마크 등 농업선진국의 경우에 비추어 봤을 때 이들 국가는 비록 토지는 좁지만 시설 현대화를 통해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보다 시설·자본 집약적인 농업을 추구하면서 수출 위주의 농업을 실시해야 비로소 농업선진국 대열에 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농업 현대화를 위한 보다 활발한 연구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이같은 부분을 고려해 정부는 농업 시설에 관한 연구개발 비용을 지난해 8625억원에서 올해 9089억원으로 늘린 바 있다.


-한·중FTA가 시행될 경우 이는 한·미 FTA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 한·중 FTA는 결국 협상의 문제라고 본다.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우리와 기후 등 농수산업 생산구조가 유사한 반면, 가격 차이가 크다. 그러므로 한·중FTA가 시행될 경우 우리 농수산물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이를 방지하기 위해 초민감·민감 품목군에 대한 양허제외, 장기 관세철폐, 부분 관세감축 등 다양한 민감성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등 협상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한·중 FTA역시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FTA로 인한 우리 농가들의 15년간 피해액이 12조7000억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완대책을 정확이 세움으로써 현재 당초 예상과는 달이 별다른 잡음없이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이와 마찬가지로 한·중 FTA도 협상을 정확하게 하고 보완대책을 만들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도 나와 같다.

FTA는 국가 발전을 위해 반드시 채결해야 한다. 선진농업으로만 간다면 역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FTA는 오히려 우리 농어촌이 발전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식세계화 추진을 위해 그동안 정부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한식세계화의 성과에 대해 알려달라.

▲ 지난 2009년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 단 9%만이 한식을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조사결과 무려 41%의 미국인들이 한식을 안다고 대답했다. 2년 만에 한식을 접한 미국인들이 무려 5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농식품 수출 또한 한식세계화와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농식품 수출은 1980년대 19억 달러였다. 2배인 38억 달러의 수출을 달성하기까지 무려 27년이 걸렸다. 현재는 점차 수출액이 급등하는 추세다. 지난해 농식품 수출액을 무려 77억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목표액은 100억 달러 이상이다.

이런 수치들은 세계인들이 점차 우리 음식과 농식품을 많이 접한다는 정확한 지표다. 참고로 일본이 일식을 세계화 하는데 약 30년이 걸렸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우리는 10년 안에 한식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K-pop에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는 만큼 K-food 역시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한류 아이템이 될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가장 힘들었거나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취임 직후 농정에 대한 불신이 9년 전 차관 재직 시절보다 더 커진 것을 보고 농어업인들의 불신을 신뢰로 바꾸어 나가기 위한 노력을 특별히 기울였다. 그러나 소통과 신뢰 회복을 위한 절실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정부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에 치중하는 ‘정치 농민’이 있다는 점이 가장 안타까웠다. 정부에게 요구하고 비판할 사항은 거리나 시위 현장이 아닌 농어업 현장이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것이 선진농어업으로 발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농어업인이 협력하면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는 없다.


◇프로필
▲1948 충북 청주 출생 (배우자 고용순. 1남 1녀) ▲1972 제8회 기술고등고시 합격 ▲1973 농수산부 국립농산물검사소 ▲1985 농수산부 전작과장 ▲1999 농림부 차관보 ▲2001 제16대 농촌진흥청장 ▲2002 제42대 농림부 차관 ▲2006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 겸임교수·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교환교수 ▲2006 한국농어민신문사 대표이사 ▲2008 충북농업연구원장 ▲2009 로컬푸드운동본부 회장 ▲2011.06~ 제60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대담= 이상준 경제부국장
정리= 김정우 기자
사진=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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