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는 ‘인(仁)’이라는 보편적 기준 아래 모든 이들이 하나로 모여야 세상의 혼란을 잠재울 수 있다는 공자의 말에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며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니와 노키아를 제치고 TV와 휴대폰 부문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 등극한 삼성은 최근 글로벌 위기 속에서 그룹 전체가 재도약하기 위한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종 사업에서 세계 선두로 나서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적’들에 맞서 스스로 길을 개척해야 하는 입장이 됐기 때문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그룹의 2인자 자리를 교체하는 등 이른바 ‘제2신경영’을 위한 강도 높은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가운데 13일, 매주 수요일 열리는 수요사장단회의에서 삼성은 이날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를 초빙해 ‘노자에게 배우는 경영의 지혜’라는 주제로 강연을 청취했다.
세계 일류 기업으로 도약한 삼성이 자율성을 강조했던 노자의 사상을 통해 ‘제2신경영의 길’을 찾은 것이다.
이날 최 교수는 삼성 사장단에 “바람직한 일을 하면서 살았느냐 바라는 일을 하면서 살았느냐, 좋은 일을 하면서 살았느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았느냐,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살았느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았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전자가 공자의 유가적 질문이라면 후자는 노자의 질문으로 현대성을 나타낸다는 것.
강연에 참석했던 삼성 고위 관계자는 “최 교수가 사장단에게 던지고자 했던 것은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 기업으로 치면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어떻게 할 것이냐를 노자를 통해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특히 특정한 사회적 현상이나 사태를 보고 어떤 조짐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리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그 조짐을 읽어낼 수 있는 훈련이 철학하는 것”이라며 “인문학의 위기라고 하는 최근에 인문학자들이 기업으로부터 많이 불려다니는 것은 자신의 의사결정과 행동이 즉각 결과로 나타나고 평가를 받는 기업인들이 본능적으로 사태의 조짐을 읽으려는 더듬이가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의 노자 강연은 매주 열리는 사장단회의의 일환이나 최근 상속재산 관련 소송이나 미래전략실장 교체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후계구도를 다지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등 삼성이 적지 않은 변화를 겪고 있는 가운데 이뤄져 남다른 의미를 던졌다.
이날 강연을 청취한 삼성 관계자 역시 “이날 강연은 특별히 집중도가 높았던 강의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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