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읽는 중국경제>중국 축구가 왜 멀었나 했더니

  • 정경유착 비리 온상 재보다 잿밥.

13일 중국 축구 승부조작과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난융 전 중국 축구협회 부주석이 랴오닝성 톄링 중급인민법원에서 10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톄링=신화사]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축구 승부 조작과 뇌물 수수 혐의가 있는 난융(南勇) 전 중국 축구협회 부주석, 셰야룽(謝亞龍) 전 축구협회 부주석 등 중국 축구계 중량급 인물들이 법원으로부터 거액의 벌금과 10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지난 2010년 중국 프로 축구계에 만연한 승부조작, 뇌물수수, 심판 매수 등 각종 비리가 속속 폭로되면서 중국 축구팬들은 이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 당국도 지난 2년 간 축구계 비리를 뿌리 뽑자는 차원에서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이같이 비리사범들에 중형을 선고했다.

중국에서 축구는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다. 지난 1994년 프로축구가 출범한 중국엔 현재 1부 리그에만 16개팀이 활동하고 있다. 스폰서 기업들은 매년 천문학적인 자금을 프로 축구단에 쏟아 붓는다. 일례로 지난 17년 간 허난젠예(河南建業)는 축구팀에 무려 5억 위안(한화 약 9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중국 축구팀은 세계 무대에서 그렇다만 할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FIFA 랭킹에서 중국은 겨우 73위에 머물러있는 수준이다. 중국에서는 지도자들이 중국 경제를 G2에 올려놓는 것보다 중국 축구팀 성적을 향상시키는 게 더 어렵다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중국에서 다른 스포츠 종목보다 유독 축구가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중국 축구엔 정치적인 세력과 경제적 이익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프로 축구팀은 철저한 지역연고를 바탕에 두고 있다. 각 지방정부는 지역 축구팀을 만들어 그 지역을 대표하는 ‘명함’으로 내세운다. 지역 축구팀이 잘 나가면 지방정부 수장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셈이다. 특히 중국 정치인들은 축구를 매우 좋아한다. 중국 차기 지도자로 꼽히는 시진핑 부주석도 열렬한 축구 팬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들 지방정부는 각 기업들에 축구팀 운영을 떠맡긴다. 현재 중국 프로축구 A리그에서 활동 중인 16개 팀 중 3개만 제외하고 모두 부동산 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광저우헝다(廣州恒大), 허난젠예, 다롄스더(大連實德)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 기업 중 축구단을 운영하며 흑자를 보는 곳은 한 곳도 없다. 하지만 돈 많은 부동산 기업들은 매년 적자를 보면서도 축구단의 스폰서를 자초해 천문학적 비용을 축구팀에 쏟아 붓는다.

그 이유는 축구팀의 실력을 높이기 보다는 지방정부의 눈에 들어 해당 지역 정부로부터 토지를 다른 업체보다 좋은 조건에 매입해 부동산 개발 사업을 추진기 위함이다. 실제로 프로축구 경기가 이뤄지는 축구경기장은 부동산 개발업체 회장과 정치인사들이 만나 친분을 쌓는 교류의 장이다. 지난 달 중국 광저우헝다에 스카우트 된 이탈리아 출신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의 첫 데뷔전에는 헝다부동산 쉬자인(許家印) 회장이 광둥성 주사오단(朱小丹) 성장, 완칭량(萬慶良) 광저우시 당서기 등 정치인과 함께 경기를 관람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특히 최근 들어 중국 프로축구팀에 외국인 용병들이 잇따라 거액에 스카우트 되고 있는 것도 모두 정치인에게 잘 보이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다리오 콘카(광저우헝다), 니콜라스 아넬카(상하이선화), 디디엘 드록바(상하이선화) 등 이들 세계적인 축구 선수들을 스카우트 하기 위해 기업들이 들인 돈은 어마어마하다. 대부분 연봉이 몇 백만 달러로 세계 프로축구 선수 연봉 순위 10위권 안에 들 정도다.

이처럼 정경유착의 장으로 변질된 축구에 승부조작, 뇌물수수, 심판 매수 등 비리가 끊이질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축구계 비리인사에 철퇴를 가하는 등 축구계 정화 운동을 계기로 중국 축구 수준이 한층 업그레이드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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