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회사 대형화로 국제경쟁력을 높일 것을 주문해 온 정부가 IBK기업은행을 통해 직접 소유하고 있는 IBK투자증권조차 자본자식에 빠졌으며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금융지주에 속한 스탠다드차타드증권 역시 마찬가지다.
금융지주나 은행이 비은행 경쟁력을 높이라는 정부 요구에 증권사를 잇따라 세웠지만 이를 성장시키기 위한 자본확충이 이뤄지지 않아 되레 뒷걸음질만 치는 상황이다.
14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63개 증권사 가운데 앞서 3월말 기준 결손 증가로 자기자본이 자본금을 밑도는 전액 또는 부분 자본잠식에 빠진 곳은 모두 8곳으로 전체에서 12.70%를 차지했다.
금융위원회가 증권사 설립을 한꺼번에 인가하기 이전인 2007년 3월말 3곳뿐이었던 자본잠식 증권사가 5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IBK투자증권 SC증권뿐 아니라 다이와증권캐피탈마켓코리아, BOS증권, RBS아시아증권, 애플투자증권, 코리아RB증권, 한맥투자증권 6곳도 현재 자본잠식이다.
이 가운데 중형사에 턱걸이하는 수준인 자기자본 5000억원 이상인 회사는 1곳도 없다.
자본잠식 증권사 가운데 가장 큰 외형을 가진 IBK투자증권 역시 자기자본 3700억원이다. 자본잠식이 발생하면서 자본금(3770억원)을 밑돌고 있다.
애초 정부에서 70% 가까이 지분을 가진 IBK기업은행이 2008년 3000억원을 출자해 100% 자회사로 만들었던 IBK투자증권은 이듬해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700억원 남짓 늘린 이후 1차례도 자본확충을 실시하지 않았다.
SC증권도 마찬가지다. 설립 첫해인 2008년 100% 지분을 가진 SC금융지주가 참여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5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늘린 뒤 자본금 변동이 없었다. SC증권 또한 자기자본이 2800억원으로 자본금을 밑도는 상태다.
나머지 6곳 자기자본을 보면 다이와증권캐피탈마켓코리아(530억원) RBS아시아증권(500억원) 한맥투자증권(210억원) BOS증권(130억원) 애플투자증권(110억원) 코리아RB증권(40억원) 모두가 1000억원 미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업계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이 1%도 안 되는, 사실상 내수에 100% 의존하는 상황”이라며 “경쟁을 통해 대형화를 유도한다는 계산에서 증권사 설립을 한꺼번에 인가했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신설회사 가운데 자본확충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형화를 시도한 곳이 1곳도 없을 뿐 아니라 부실회사 난립만 부추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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