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경차가 이렇게 넓어?’… 기아차 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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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6-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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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앞좌석 모습. 탁 트인 시야가 인상적이다.
기아차 경형 박스카 레이. 실내는 밖에서 보는 것 이상으로 넓다.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넓다. 기아차 레이의 문을 열면 드는 첫 인상이다. 문을 여는 순간 또 다른 공간으로 나온 느낌이다. 밖에서 상상한 것 이상이다. 구태여 제원표를 비교할 필요도 없다. 무한도전이 지난해 설 택배특집에서 이 차를 선택한 건 비단 간접광고(PPL) 때문만은 아닌 듯 하다.

게다가 보조석 쪽 앞ㆍ뒷문이 한가운데로 열리는 까닭에 더 넓게 느껴진다. 뒷좌석이 반대방향으로 열리는 이 디자인은 전 세계적으로도 희귀종이다. 덕분에 뒷좌석 승하차가 편하다. 큰 물건을 싣기에도 좋다. 앞 보조석까지 다 접을 경우 사실상 경형 트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기아차는 이달 초 뒷좌석 의자를 없앤 ‘레이 밴’ 모델도 출시했다. 이 모델의 경우 총 적재공간이 무려 1403ℓ이다.

박스카답게 운전석에서의 시야도 탁 트였다. 절대적인 크기 차이 때문에 닛산 큐브 같은 일본 박스카보다는 다소 작게 느껴지는 건 당연하지만, 운전석의 시야 만 놓고 보면, 그랜저나 K7 같은 준대형 세단 이상이다. 큼직한 사이드미러 덕분에 뒤 시야도 넓다.

디자인은 단순하다. 특별한 꾸밈 없이 ‘심플’을 지향했다. 통상 좌석 사이에 있는 기어박스가 전면 쪽에 위치해 있다는 게 독특하다. 주차 공간이 비좁을 경우, 여차하면 운전자가 보조석 쪽으로 빠져나가기도 쉬울 듯 하다. 다만 앞좌석 천정에 있는 수납함의 용도는 애매하다. 간단한 짐을 놓자니 안쪽으로 들어가 버려 꺼내기가 힘들고, 큰 짐을 넣기엔 작다. 차라리 수납함을 없애는 게 더 탁 트인 느낌을 주지 않았을까.

옆 문에서 바라본 레이 실내 전경. 의자를 다 접을 경우 소형 트럭 트렁크 수준의 적재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잘 달리자고 만든 차가 아니기에 성능은 큰 의미가 없다. 최고출력은 78마력, 최대토크는 9.6㎏ㆍm다. 연비는 기존 공인연비 기준으로는 ℓ당 17.0㎞, 새로 도입되는 복합연비 기준으로는 ℓ당 13.5㎞다. 주행 습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도심 실연비는 운전 습관에 따라 복합연비 전후로 생각하면 될 듯 하다. 고속 주행도 가능하다. 단 차체가 높기 때문인지 시속 120㎞를 넘어서니 다른 차에 비해 바람소리(풍절음)가 더 크게 느껴진다.

가격은 경쟁모델에 비해 다소 비싸다. 모델 별로 1135만~1495만원이다. 기아차 모닝은 830만~1248만원, 한국GM 쉐보레 스파크는 834만~1279만원이니, 200만원 가량 비싼 셈이다. 가격만 놓고 보면 오히려 현대차 엑센트, 기아차 프라이드, 쉐보레 아베오 같은 소형차와 경쟁해야 할 모델이다.

경제적ㆍ실용적인 차를 선호하는 사람, 대개 도심 단거리를 운행하는 사람, 디자인이나 탁 트인 시야 등 이유로 박스카를 선호하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 하다. 소상공인이나 정기적으로 큰 짐을 싣어야 하는 사람 역시 활용 가치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굳이 미니밴 모델이 아니더라도 수납 공간은 충분히 넓다.

(사진= 김형욱 기자)

레이 옆모습. 레이는 앞·옆모습이 예쁜 편이다. 뒷모습은 너무 긴 사각형이라 옛 경트럭 다마스를 연상시킨다는 말을 곧잘 듣는다.
레이 운전석. 전체적으로 심플한 느낌이다.
앞좌석 위 수납공간은 깊고 좁아서 정확한 활용 용도가 애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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