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오락가락’ 경제민주화 방향...기업 헷갈린다

  • '오너리스크 철퇴' vs '대기업 때리기 최선 아냐' 여권간 입장차 보여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여권이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걸면서 기업을 혼란의 도가니에 몰아넣고 있다.

새누리당 최대 주주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경제브레인들이 엇갈린 주장을 하면서다. 한쪽에서는 '오너 리스크'에 철퇴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에선 대기업 때리기가 최선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서민경제 살리기를 놓고 여권에서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내면서 기업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고민이다.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은 14일 "재벌 범죄에 대한 경제법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17대 대선 예비경선 때부터 박 전 위원장의 경제공약에 관여한 최측근이다.

이 최고위원은 "재벌 총수 일가는 범죄유형과 금액에 상관없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라는 법적 심판을 받았다"며 "경영활동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거나 그간의 국가경제에 끼친 공로를 감안한다는 이유로 죄가 가벼웠다"고 지적했다.

실제 선진국의 경우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영향력이 클수록 중형이 선고된다. 사례로 버나드 메이도프 미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은 71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150년 징역, 172억 달러(20조원) 몰수 판결을 받았고, 제프리 스킬링 엔론 CEO는 24년 4개월의 징역형에 처해졌다.

우리의 경우 현 정부 들어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이건희 삼성 회장, 최태원 SK 회장, 담철곤 오리온 회장 등은 탈세, 분식회계, 횡령 등의 혐의에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라는 '정찰제 판결'을 받았다. 한화 김승연 회장은 2007년 9월 폭행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이 의원은 "오너 리스크는 개인적 범죄행위는 물론 시장교란, 나아가 국가경제의 훼손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며 "민사상 손해배상 등을 통해 강하게 제재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또 "영국식 이사자격제한법을 시행해 재벌 총수 일가의 경영 지배력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개인적 견해임을 밝혔지만, 박 전 위원장의 경제정책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기업들은 그의 말을 그냥 흘려 들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반면 이종훈 의원은 이 의원과는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재벌개혁이 경제민주화의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재벌 해체, 기업 때리기에 경제민주화를 국한할 게 아니라 근본적인 양극화 해소를 위한 다양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도 "대기업을 때린다고 해서 경제위기의 해법이 나오지는 않는다"며 "다만 기업 편들었다간 큰일날 분위기라 할 말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선 이혜훈-강석훈 의원이 중심이 돼 재벌 길들이기에 나서고, 이한구 원내대표가 기업 달래기를 하는 역할 분담이 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이다.

한편 박 전 위원장 경제 핵심들의 엇갈린 시선에 대기업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한화그룹 한 관계자는 "다음 정권을 책임지겠다는 여당에서 이렇게 상반된 기업 관점을 내놓을 수 있느냐"며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기업을 이끌어나가겠느냐"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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