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로 유로존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 전망이고, 미국을 포함한 북미지역의 성장률 역시 2~3%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이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인 이유다.
삼성이 ‘제2신경영’의 키워드로 중국을 꼽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이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액수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1992년 한·중 수교에 따라 중국에 진출한 이후 삼성의 대중(對中)투자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특히 지난해인 2011년까지 삼성이 중국에 투자한 금액은 100억달러를 돌파해 총 105억 달러(12조2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을 비롯해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및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이 중국의 리커창 부총리를 만나 향후 반도체와 LCD 등 첨단산업 분야의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 만큼 삼성의 대중 투자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건희 회장을 제외한 삼성의 실질적인 리더라 할 수 있는 최 실장과 권 부회장, 이 사장이 모두 중국으로 건너가 리커창 부총리를 만나고 왔다는 점에서 이미 실질적인 협의가 이뤄진 상황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장 역시 지난 13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자리에서 이번 출장의 성과와 관련해 “아주 잘 됐다”며 구체적 성과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4일 삼성전자를 북미 TV시장에서 1위에 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박재순 부사장을 새 중국총괄로 임명한 것 역시 중국 공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중국 LCD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5%로 소니와 샤프(각각 8%)에도 밀린 8위에 머물렀다.
결국 막혀 있는 중국시장을 뚫기 위해서는 중국에 맞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향후 수년간 70억 달러를 투자하는 산시성 시안의 낸드플래시 반도체 생산라인 투자를 발표하며 중국에 생산기반을 마련하고 중국 공략에 대한 신호탄을 쏜 바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와 관련, “향후 전 세계적인 낸드플래시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중국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그동안 글로벌향 제품의 생산기지로 활용돼 왔다면, 이제는 중국 자체가 중요한 최종 수요지가 됐다”며 “제품 개발 단계부터 중국을 대상으로 한 제품을 개발해 철저한 ‘중국지향적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최근 반도체·LCD 공장 설립 등으로 현지 생산기반이 갖춰진 상태에서 연구개발(R&D)과 마케팅도 ‘중국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저가 전략만으로는 안 된다”며 “가격혁신을 달성하면서도 중국 소비자들의 생활방식을 고려한 현지형 제품 출시와 대도시 중심의 유통망을 내륙 중소도시로 확충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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