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채권 베팅 미국 은행 '좌불안석'

골드만삭스 22억불, BoA 6억불, 모건스탠리 5억5천만불 등
미 은행들 안전하다 판단한 유로존 국가들 채권 대량 구입

아주경제 송지영 기자=미국 은행들이 올들어 프랑스, 이탈리아 등 상대적으로 유로존에서 안전하다고 판단했던 국가들의 채권을 대량 구입했다가 좌불안석이다.

CNN머니의 1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대형 은행들은 올 초 유럽 재정위기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가들의 국채를 정리하고 유로존 중심 국가들에 대한 노출(exposure)을 대량 늘렸다. 그러나 최근 유로존 경제규모 4위인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 이제는 유로존 국가들 채권을 보유한 것 만으로도 적지 않은 손실을 각오해야 할 판이다.

지난 1분기 골드만삭스는 이탈리아 채권을 22억달러어치,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같은 기간에 6억달러 규모의 이탈리아 채권을 사들였다. 또한 모건스탠리는 프랑스 국채를 5억달러 넘게 구입하는 등 대형 은행들의 이 같은 유로존 익스포저 변화는 결과적으로 시한폭탄에 불을 붙인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게다가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은행, JP모건체이스 등 미국의 대형 은행을 포함한 전 세계 17개 은행의 신용 등급을 강등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를 가까스로 잘 넘긴 이들 은행들은 다시 몇 년만에 유로존 위기로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과연 유로존 이들 국가들의 채권이 어느 정도 위험도가 있는지 파악에 들어갔다. 잠재적 리스크를 산정해야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 등 완충장치를 준비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 필요할 수 있는 자본 확충 필요 규모를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 위기는 당장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고, 미국 경제도 미지근하게 회복세를 타고 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은행들이 큰 손실을 다 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톰 브라운 금융전문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한 대형은행 고위 임원은 유럽에서 채무불이행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원금을 받을 수 있을지를 몰라 겁이나 죽을 지경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 은행들이 안은 유럽 리스크는 아직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 은행권의 자산 건전성 등을 평가하는 캔사스시 금융 스트레스 지수의 5월 통계는 '마이너스 11'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0을 기준으로 아래쪽이면 건전성 및 고통 리스크가 평소보다 낮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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