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공룡펀드가 1년새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조원 이상(ETF 포함)의 공룡펀드는 지난해 2·4분기 5개에 불과했으나 현재 11개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8월 금융위기로 인한 증시 급락으로 대형 펀드들의 성적이 부진했으나 올해 대형주들의 주가 선방으로 이들 종목을 많이 담는 대형 펀드들의 성과가 개선돼 자금이 계속적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개별펀드로 알리안츠자산운용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장기증권자투자신탁[주식](운용)'이 가장 많이 늘었다. 이 펀드는 지난해 2분기 말 설정액 4940억원에 불과했으나 1년새 1조424억원이 늘어나 현재 1조5365억원이다.
이 펀드 포트폴리오도 크게 바뀌었다. 지난해에는 경기소비재 비중이 28.62%로 가장 많았으나 16.77%로 줄이고 올해 전기전자(IT) 비중을 18.66%에서 37.71%로 크게 늘렸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의 비중을 10%포인트 이상 늘렸으며 하이닉스, 현대차, NHN의 비중이 증가했다.
이어 삼성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국투신운용 등의 대표펀드들이 각각 2000억~4000억원가량 늘면서 1조 펀드 대열에 올라섰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인디펜던스증권투자신탁K- 2(주식)'는 지난해 2분기 1조2082억원의 설정액에서 2300억원가량 줄어 9765억원으로 1조 펀드 대열에서 빠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1분기에는 3개의 펀드가 1조원 이상이었으나 현재는 한 개도 없다.
1조 펀드들은 지난해 대비뿐 아니라 최근 설정액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 말 공룡펀드 설정액은 16조7310억원이었으나 올해 1분기 말 15조5878억원으로 1조원 이상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지난 13일 기준 공룡펀드 설정액은 16조5850억원으로 최근 3개월새 다시금 1조원가량 불어났다.
이러한 자금 흐름은 연초 증시 활황으로 펀드 수익률이 회복될 때는 환매랠리가 이어졌으나 또다시 불거진 유럽발 리스크로 증시가 조정 받자 저가 매수성 자금이 흘러들어왔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펀드 자금 흐름은 주가가 오르면 환매하고 조정시 유입되는 패턴”이라며 “현재 주가가 조정을 보이자 유입을 보이는데 통상 인덱스펀드, 운용사 대표펀드 순으로 자금이 유입된다”고 설명했다.
공룡펀드는 덩치만 커진 것이 아니라 수익률 또한 양호했다. 공룡펀드들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74%로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 0.99%를 웃돌았다. 공룡펀드 1년 수익률은 -9.51%이며 2년과 3년 수익률은 각각 18.74%, 51.02%로 집계됐다. 이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1년과 2년, 3년 각각 -12.15%, 7.07%, 28.70%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수익률 격차는 더욱 벌어진 것이다.
배 연구원은 “대형 펀드들은 보수적 운용으로 하락장에 방어력이 좋고 상승장에서는 코스피지수를 조금 앞선 수익률을 나타낸다”며 “장기적이며 안정적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에게는 적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중소형 펀드 가운데 일부 고수익을 내는 펀드가 있으나 그에 따른 리스크도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투자성향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