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결제국의 김정규 결제연구팀 차장은 17일 발간한 ‘신용카드 결제시스템의 평가 및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주요국에 비해 높은 데다 경쟁환경의 미흡으로 업종간·카드사간 상당한 격차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용카드의 판매규모는 2000년 23.6%에서 지난해 62.0%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국제결제은행(BIS) 산하위원회인 23개 지급결제제도위원회(CPSS) 회원국 중 연간 1인당 이용건수 역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판매금액 비중이 35.1%로 한국이 가장 높다.
하지만 카드 회원이 하나의 카드만으로 모든 가맹점을 이용할 수 있는 데 반해, 가맹점은 모든 카드를 수용해야 한다. 이 구조상 신용카드사는 매출을 늘리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높은 부가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한편, 가맹점에 대해서는 높은 수수료를 부과한다.
김 차장은 이와 관련해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카드 회원에 대한 혜택이 크게 늘어나면서 비용 부담이 상당부분 가맹점에 전가됨에 따라, 가맹점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소비자에 대해서도 판매가격 상승, 가계부채 부담 가중 등의 부정적 영향을 나타낼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5개 전업카드사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카드 회원은 신용카드 사용으로 부가서비스(1조9000억원), 무이자신용 공여(1조5000억원), 소득공제 환급액(8000억원) 등으로 연회비(3400억원) 대비 12.4배 정도의 혜택을 누리는 것으로 추정됐다.
▲ 카드 수수료율 현황 <보고서 발췌> |
이에 대한 개선 방향으로 김 차장은 “소비 진작과 과세표준 양성화를 위해 신용카드 사용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해 왔던 그간의 정책에서 탈피해야 한다”면서 “카드사, 소비자, 가맹점 등 시장참가자들이 수수료율 등 가격변수를 시장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기반을 점진적으로 마련할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우선 김 차장은 가맹점이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지급수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현재 여신전문금융업법 제 19조는 신용카드와 다른 지급수단간 가격차별을 금지하고 있어, 실질적인 가격규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차장은 "호주와 네덜란드, 영국과 미국 등이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가맹점이 신용카드 사용자에게 일정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신용카드 이외의 현금, 직불형 카드 등에 대해 판매가격을 할인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미국과 같이, 일정 금액 이하의 소액거래에서 가맹점이 신용카드 대신 직불형 카드 또는 현금을 요구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저비용 지급수단인 직불형 카드의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직불형 카드 소득공제 한도 추가 확대(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는 축소) △24시간 영업체계 구축 △PIN-pad의 보급 확대 △가맹점 수수료율의 추가 인하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김 차장은 "가맹점 공동이용 제도 활성화 등을 통해 전표매입단계에서의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나 또는 일부 카드사와 가맹점 계약을 맺더라도 모든 카드 결제가 가능하도록, 매출전표 제출과 매출대금 입금 시기 등에 대한 표준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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