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는 고갈난 재정 속에서 2차 총선마저 과반 득표 정당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에 예금주들을 은행으로 몰려가고 있는 것이다. 과반 정당이 나오지 않으면 3차 총선을 또 해야 하는 그리스의 정치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스페인은 최근 은행권 구제를 위해 구제금융을 신청했지만, 국채 금리가 최근 한 때 7%가 넘어서는 등 재정 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국가 단위의 2차 구제금융 신청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 국가에서의 뱅크런은 아직 잔고까지 한꺼번에 인출하는 최악의 수준은 아니지만, 연일 예금주들이 은행을 찾아 예금의 상당부분을 현금으로 보유하거나 다른 안전한 나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고 AP뉴스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부 부유층은 해외 부동산에 이 예금을 투자하는 등 국부가 해외로 계속 유출되고 있어 가뜩이나 심각한 재정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이후 특히 런던 부동산 가격은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리스는 지난 2009년 말 재정위기가 처음으로 터져 나온 이후 총 예금고는 무려 30%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 기업 등 예금주들은 720억유로를 은행들로부터 인출했고, 지난 4월말 총예금잔고는 1659억유로로 집계됐다.
유로존 대부분의 국가들이 각 예금마다 10만유로씩 지급 보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뱅크런 사태는 경제주체들의 심각한 불안감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AP통신은 덧붙였다. 스페인 같은 경우는 지난 5월말 두번째로 큰 뱅키아 은행이 파산을 피하기 위해서는 190억 유로의 자본금이 더 있어야 한다고 밝히면서 예금주들의 심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리스는 총 2400억 유로 지원(이중 절반은 아직 미지원)을 약속받으면서 긴축재정을 약속했지만 17일 총선에서 과반 득표 정당이 나오지 않거나 좌파연합처럼 긴축재정 조건 재협상 및 최악의 경우 유로존 탈퇴를 불사하겠다고 나선다면 그리스는 유로존에 남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가능성만 제기되던 유로존 존폐의 위기가 현실로 도래하는 것이다.
그나마 어느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유로존 탈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 일각에서는 좌파연합 시리자가 집권해 연정을 꾸리더라도 당장 유로존 등의 지원 없이 그리스가 재정적으로 독립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구제금융 조건 등을 재협상해 실리를 챙기며 유로존에 잔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IMF(국제통화기금)·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에서의 구제금융 지원이 중단되면 그리스 정부는 물론이고 국가 경제까지 붕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리스는 자체 통화를 발행해 경제를 운영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결국 그리스는 유로존에 남고 싶어도 남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국 통화 경제로 돌아가게 된다.
따라서 스페인을 말할 것도 없고 그리스에서의 뱅크런은 유로존 탈퇴와 유로존 자체의 붕괴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그 중대 위기의 시점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다른 나라의 연쇄 이탈을 가져올 수 있어 더욱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 다른 유로존 국가의 정상들은 그리스가 총선을 통해 안정적인 정부를 구성하고 긴축재정 등 구제금융 조건을 이행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리스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불안이 가지지 않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 총선과 관련해서 긴축안을 이행할 정당이 나올지 결정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총선을 통해 약속을 지키는 정부가 구성될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한편 G20 정상회담(18~19일) 하루 앞서 프랑스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가 그리스 총선 등과 관련해 전화 통화를 가졌다는 16일(현지시간) 보도가 나오면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올랑스 대통령 측도 "그리스 총선에서 그리스가 고통을 감내하는 긴축 정책을 이행할 것인지, 무질서한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를 선택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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