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한데 모여 사는 주거 밀집지는 서울·수도권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최근 들어선 해외 기업의 한국지사 발령, 유학, 취업, 국제결혼 등으로 한국에 정착하는 외국인이 늘면서 새로운 외국인 마을도 계속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동네 집값은 지역별로 따로 놀고 있다. 동남아시아인이나 중국인이 많이 머물고 있는 지역은 집값 하락세가 뚜렷하다. 반면 상대적으로 백인이 많이 사는 곳은 시장 침체 속에서도 시세 변동이 없는 등 강한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인들의 특정 인종 경시 풍조가 집값 추이에서도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거주하는 안산 원곡동. 이곳 벽산블루밍 아파트 84㎡형(전용면적) 매매가는 올해 초 2억7000~8000만원 선에서 현재 2억3000만~2억5000만원 선으로 내렸다. 인근 한화꿈에그린 84㎡형도 시세가 2억7000만~2억8000만원 선으로 지난 1월보다 2000만~3000만원 빠졌다.
아파트값 하락세는 시세 통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원곡동 3.3㎡당 아파트값은 지난해 7월 901만원에서 현재 864만원으로 떨어졌다.
원곡동 C공인 관계자는 “안전 우려 등으로 이 일대 내국인 주거 비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주택 수요가 줄다보니 집값도 하락세”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곳의 외국인 비율은 현재 65.5%에 달한다. 인구 10명 중 6명 이상이 외국인이라는 얘기다.
외국인 노동자 밀집지역에선 사건·사고도 많다. 안산 단원경찰서에 신고 접수된 외국인 범죄 사건은 2007년 408건, 2009년 790건, 지난해 863건 등으로 갈수록 늘고 있다.
반면 백인들이 주로 살고 있는 서래마을이나 이태원 등은 시장 침체 여파로 집값 상승세는 멈췄지만 하락 조짐은 전혀 없다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서래마을에 있는 한신서래 아파트 64㎡(전용면적) 매매가는 4억3000만~4억5000만원 선으로 올해 초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서리풀공원이 가깝거나 대지면적이 넓어 선호도가 높은 단독주택의 경우 시세가 3.3㎡당 4000만원을 웃돌고 있다. 인근 대성공인 박진 대표는 “주거 환경이 워낙 좋은 데다 희소가치도 충분하다는 것을 집주인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격을 낮춰 매물을 내놓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이태원동 청화아파트(전용 107㎡)도 지난해 말 시세(6억5000만~7억원)가 유지되고 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주거 안정성과 쾌적성 등의 여부에 따라 외국인 밀집지역의 집값이 큰 차이를 보인다”며 “주택시장이 회복될 경우 집값 변동률 격차는 지역별로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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