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위기 전이(轉移) 막아라”… CEO들 잇따른 ‘계엄령’ 선포

  • 정몽구 "앞으로가 중요…선제적 대응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 것"

아주경제 김형욱ㆍ박재홍ㆍ이혜림 기자=“유럽 위기의 전이(轉移)를 막아라.”

유럽 재정위기가 미국ㆍ중국 등 전 세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삼성ㆍ현대차ㆍLGㆍSK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이 사실상 ‘계엄령’을 선포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5일 내달로 예정된 해외 법인장 회의를 앞당겨 주재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각국 법인장을 비롯한 그룹 임원진에 “유럽 위기는 유럽에서 차단하라. 또 유럽 위기가 다른 지역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별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까지 유럽 시장을 비롯 전 세계 시장에서 전년동기대비 13.8% 늘어난 297만대 가량을 판매하며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위기가 확산될 경우, 하반기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 회장은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며 “지난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했듯 이번에도 선제적 대응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자”고 독려했다.

그는 앞서 지난해 9월과 올 3월에 유럽을 연이어 방문, 현지 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1년에도 수 차례 해외 순방을 가지만 반년 새 동일한 지역을 방문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달 초에도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을 유럽 현지에 급파, 신차 생산라인 및 판매ㆍ마케팅 현황을 점검했다.

같은 날, 삼성전자 역시 경기도 용인 기흥사업장에서 권오현 대표이사(부회장), 이재용 사장 등 회사 수뇌부와, 글로벌 법인장이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글로벌경영전략회의(부품-DS부문)를 시작했다. 27일까지 열리는 이번 회의 역시 당초보다 2주 정도 앞당겨졌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달 3주 동안 유럽 및 일본을 순방한 이후 삼성그룹 역시 사실상 비상체제다. 이 회장은 지난달 24일 귀국 후 “생각보다 유럽 경제가 나빴다”고 했다. 그는 이 불황이 삼성에게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후 삼성의 행보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18일, 그룹 컨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는 미래전략실장에 최지성 부회장을 전격 발탁한 게 대표적이다.

이 회장이 유럽 방문 후 강도 높은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고, 그 결과가 TV와 휴대전화 부문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린 ‘실전형 CEO’ 최 부회장의 발탁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번 글로벌 경영전략회의 첫 날에는 기존 사업과 함께 시스템 반도체 분야 등 향후 전략에 대해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이달 초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양산 확대를 위해, 경기도 화성 시스템 반도체 라인에 2조2500억원을 투자키로 한 바 있다.

26~27일 열리는 완제품(DMC) 부문 회의에서도 윤주화 경영지원실장을 필두로, 윤부근 사장(생활가전ㆍTV), 신종균 사장(휴대폰ㆍ카메라) 등이 모여, 유럽발 경제위기의 해법을 모색한다.

LG그룹은 이달 중 구본무 회장 주재하에 각 계열사별로 중장기전략 보고회를 열고 있다. 구본준 LG전자 대표이사(부회장) 역시 지난 22일 구미ㆍ창원공장, 24~25일 평택사업장 등을 돌며 현지 임원과 마라톤 전략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하이닉스를 인수한 SK그룹 역시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유로존 위기 대응에 나선다. 이 그룹은 특히 이달 이탈리아 낸드플래시 연구센터, 미국 컨트롤러업체 LAMD를 연이어 인수하는 등 전매특허인 인수합병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제3회 보훈신춘문예 기사뷰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