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가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고, 파업연대의 무기한 파업에 이어 건설노조와 금속노조, 이어 민주노총의 총파업으로 이어지는 본격적인 ‘하투(夏鬪)’ 시즌이 시작돼, 불안감은 더욱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가운데 실물경기와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산업계에서 유로존 위기의 체감이 가시화 되고 있다는 지표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 경제지표 ‘빨간불’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에 따르면 기업경기실사지수(BSI) 7월 전망치는 89.7로 나타나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6월 실적치 역시 90.4로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업종별로 보면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중화학공업(88.0), 경공업(88.2) 등이 낮은 전망치로 조사됐고, 부문별로도 고용(100.7)을 제외한 내수(97.6), 수출(97.9), 투자(97.6), 자금사정(93.3), 채산성(93.4) 등이 모두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 관계자는 “유럽발 금융위기가 전세계 실물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우리 수출이 큰 타격을 입고, 부동산 침체와 가계부채 등으로 부진을 겪고 있는 민간소비가 위축된데 따른 결과”라며 “이번 위기를 바라보는 기업들의 시선이 심각하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유럽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 역시 유로존 위기에 대한 체감이 본격화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에 따르면 유럽 현지 진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현지진출기업이 본 유로존 위기의 파급영향’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의 87.6%가 유로존 위기로 인해 기업 경영활동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럽 현지 기업들은 현 유로존 위기의 회복 시기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유럽 재정위기의 회복 시기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대다수인 79.8%가 2013년 하반기나 돼야 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2014년 하반기 이후로 본 기업들도 22.5%에 달했다.
◆ 경제硏 “하반기 경제 전망 당초 예상 하회할 것”
LG경제경구원은 지난 24일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당초 전망치인 3.6%에서 0.6%포인트 낮은 3.0%로 전망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역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당초 보다 0.2%포인트 낮췄고, 한국개발연구원(KDI)와 현대경제연구원 역시 각각 0.2%포인트, 0.5%포인트 낮은 성장률을 제시했다.
LG경제연구원은 특히 “선진국에 이어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주요 개발도상국의 교역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며 유럽발 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을 경계하기도 했다.
◆ 업계, 경영 혁신 속도…“불안감 반증”
업계에서는 이번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나름의 대비책을 세우며 위기 돌파의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전날 30여명의 해외법인장이 모인 회의에서 “선제적 대응을 통해 유럽 위기를 현대기아차가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라”며 위기돌파 의지를 강조했다.
앞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유럽 출장 이후 “유럽 경기가 생각보다 좋지 않다”며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수장을 교체하는 등 경영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도 하반기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는 반증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 경제를 주도해 왔던 미국이나 유럽의 경기 회복에 대한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중국이나 인도 등 신흥 시장의 성장 역시 멀어지고 있는 모습”이라며 “최근 기업들이 경영혁신을 강조하는 것도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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