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띠프랑스' 한홍섭(66)회장 |
지난 23일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쁘띠프랑스’를 찾았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촬영장으로 잘 알려진 '쁘띠프랑스'는 작은 프랑스 마을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또 한 노인의 ‘순수한 열정'이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페인트 밖에 모르던 그 노인은 프랑스와 사랑에 빠졌다. 그 사랑의 결실이 바로‘지난 2008년 7월 개장한 '쁘띠프랑스’다. 한홍섭(66) 회장은 노인(老人)이다. 하지만 나이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에게 있어 나이는 단지 겉모습을 평가하는 척도일 뿐이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받아야 했다. 가족도, 친구도, 주변 지인들 모두 무모하다며 말렸다. 평생을 일군 알토란 같은 회사를 정리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는 한홍섭(66) 회장을 고운 시선으로 봐 줄리 없었다. 하지만 그의 도전을 멈출 수는 없었다. 프랑스에 대한 그의 사랑은 거의 맹목적이었다.
“신문을 보다가 피카소의 딸이 소장했던 피카소 유작의 최초 전시회가 파리에서 열린다는 기사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 때 우연히 프랑스 출장을 가게 됐고 피카소 유작 전시회를 들리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가 보니 너무 좋았습니다. 그 다음부터 프랑스 출장을 갈 때면 미술 관련 가이드를 구해 미술관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한홍섭 회장이 '쁘띠프랑스'를 둘러보고 있다 |
한 회장의 해바라기 사랑은 그렇게 시작됐다. 한 회장은 해외 여행이 쉽지 않았던 우리 국민들에게 프랑스 문화를 좀 더 쉽고 편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프랑스 마을을 만들기로 했다.
"처음에는 프랑스의 골목 상점이나 시장에서 조각이나 그림을 한 점씩 사왔습니다. 그러다 제 전공이 건축이라 그런지 목조 건물에 관심이 가더군요.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건물자체를 옮겨올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오해도 많이 많았다. 프랑스인들은 문화재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그들에게 동양에서 온 이방인인 한 회장은 문화재 약탈꾼으로 비춰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노르망디 지역 부동산에서 괜찮은 매물이 있다며 연락이 왔었습니다. 첫 눈에 반한 저는 당장 한국으로 건물을 들여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부동산 사장이 볼펜을 던지며 화를 내더군요. 도둑으로 오해받은 적도 있습니다. 솔로뉴 지역에서 마음에 든 집을 보았는데 미리 예약을 안하면 볼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음날 몰래 둘러보다가 이웃들에게 의심을 받아서 혼이 난 경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심은 통하는 법. 한 회장의 노력은 점점 프랑스인들에게도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프랑스 문화원장으로부터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프랑스는 다 아시다시피 문화 강국입니다. 제가 처음 프랑스를 갔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세계 1등입니다. 물론 이탈리아도 문화강국이지만 옛 것을 너무 철저하게 지키느라 답답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는 다르죠. 파리에 가면 고전적인 미(美)와 현대적인 미(美)가 가미돼 있습니다. 한마디로 생동감이 있습니다. 이런 문화들을 보고, 느끼고, 배우게 하고 싶었습니다"
쁘띠 프랑스는 작은 프랑스 박물관이다. 마을을 이루고 있는 가옥부터 인테리어, 골목까지 프랑스의 한 마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고가의 미술품부터 현지 시장에서 볼수나 있을 법한 마리오네트 인형과 어느 이름모를 길거리 화가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곳 한 회장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최근에는 인형의 집을 손수 꾸미기도 했다.
“인형의 방을 만들려고 프랑스를 세번이나 다녀왔습니다. 혹시 못 구한 물건이 있으면 지인을 통해 여기저기 미리 수소문해 놓습니다. 이번에는 파리 근교에 100km 떨어진 곳에서 스테인그라스를 직접 사가지고 왔어요. 공항에서 놀라더라구요. 유리라 화물로 붙일 수도 없어서 직접 들고 타고 왔습니다”
한 회장은 아직 꿈을 꾼다. 어느정도 성공을 이뤘지만 아직 못다한 꿈이 많다고 한다. 그 첫번째 꿈은 문화강국 프랑스를 이끄는 힘인 박물관을 그대로 옮겨오는 일이다.
“프랑스에 있는 박물관을 그대로 옮겨올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영상으로는 가능하죠. 프랑스 영상 박물관을 만들 예정입니다. 돈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가까운 국내에서 프랑스 문화를 보고 이해하는 공간으로 만들어갈 예정입니다"
경기도 가평군 청평호에 위치한 '쁘띠프랑스' |
◇쁘띠프랑스는?
‘쁘띠프랑스’는 이름 그대로 작고 예쁜 프랑스를 뜻한다. 청평댐에서 남이섬 방향 호숫가 인근에 위치한 쁘띠프랑스는 한눈에 봐도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꽃과 별, 그리고 어린왕자’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프랑스 남부 지방 전원마을의 분위기를 재현하며 2009년 7월 청소년 수련원으로 개관, 이후 11월에 가평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소개되며 날개를 달았다. 어린왕자를 테마로 한 전시관 및 생떽쥐페리 소개관 등을 개관하고 전 단지를 어린왕자에 나오는 에피소드로 테마화 해 프랑스 생떽쥐페리 재단으로부터 공식 라이선스를 받았으며, 이에 주한 프랑스 대사가 방문하기도 했다. 150년 이상 된 프랑스 고택을 그대로 옮겨온 주택전시관, 프랑스의 각종 문화를 소개하는 갤러리, 호명산과 청평호수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 다양한 무료 연주회를 즐길 수 있는 야외 극장, 세계 각지에서 수집해온 희귀한 오르골 전시 및 오르골 연주회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해 왔다. 또한, 테마파크 곳곳에 위치한 34개의 숙박시설은 대부분 창으로 호수가 보이도록 설계되어 유럽의 바닷가 마을을 연상케 하며, 1박 2일 코스의 여유로운 테마 관광을 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 단체 수련회, 연인들의 추억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입장료는 성인 8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5000원이며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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